일본에 가가와현에 나오시마라는 면적 7.8㎢의 작은 섬이 있다. 한국에서는 다카마쓰 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배로 1시간을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인구 3,000명의 작은 섬이지만 전세계에서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하고, 3년마다 열리는 예술제 기간에는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 섬의 예술프로젝트를 만나기 위해서다.
일본의 출판기업 베네세 그룹은 1987년부터 이 섬에서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라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구리제련소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인해 환경 파괴가 진행된 섬에다 숙박시설과 미술관을 지어 이곳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발상에 사람들은 황당해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 인물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마저 너무 거창한 생각이라 느꼈다 한다.
1992년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미술관이 어우러진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나오시마섬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미술 작품을 만들자 관람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작품과 자연, 건축이 어우러지는 지중미술관이 들어섰다. ‘최고의 예술 작품이 땅속에 묻힌 명상미술관’이 이 미술관의 컨셉이다. 이곳에는 각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1점씩만이 전시돼 있다. 전시할 작품과 공간 설계가 함께 이뤄져 해당 작품만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오직 3개의 작품만을 위한 지어진 9,990㎡ 규모의 미술관 건축이라니,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동떨어진 미술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에도 ‘빈집 프로젝트’와 ‘아이러브유 목욕탕’이 있다. 빈집프로젝트는 마을 내에 위치한 7개의 빈집을 각각의 다른 예술가들이 참여해 작은 미술관으로 만든 곳이다. 작은 어촌마을의 낡고 오래된 공간에 예술가가 덧붙인 작품이 담겨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이러브유 목욕탕은 현대 설치미술과 대중목욕탕이 결합된 공간이다.
필자는 황산면 옥공예 마을에서 ‘눙눙길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 때는 옥공예로 번성했던 마을이나, 중국의 값싼 옥에 밀려 지금은 과거 번영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이곳에 살고 싶은 숙박시설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사람들은 “과연 여기까지 누가 오겠냐”고 되물었다. 아무리 멀고 외진 곳이라도 갈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이 모이더라는 사례를 만나기 위해 지난 겨울 나오시마섬에 답사차 여행을 다녀왔다.
예술과 공간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사람들은 찾아온다. 하여 ‘눙눙길 프로젝트’의 첫 시도로 황산면의 옥동초(폐교)에 열흘간 전국에서 16팀, 40여명의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활동을 벌인다. 50팀이 넘는 예술가들의 지원서가 몰려들었다.
해남에서, 옥매광산에서, 옥공예마을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전시, 설치, 공연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5월5일 어린이날(오후 2시-7시) ‘아수라활활타’라는 제목의 예술축제와 장터를 열며, 전시공간은 5월4일부터 5월31일까지 개방된다. ‘아수라활활타’는 오래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고 소멸시키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재생하고 부활하는 축제이다. 작고 미약한 시작이지만 앞으로 눙눙길 프로젝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이를 통해 지역과, 예술가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눙눙길 계정(@ltoltostreet)을 통해 축제와 관련된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