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이 그림이 나여!” “자신이 그린 자화상 앞에서 어색하고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자리” ‘해남군 지역문화활력 추진사업, 해남, 마을에 문화를 피우다’ 전시 현장 후기를 SNS 통해 보고, 세 가지의 창조적 울림과 영감(靈感)을 얻는다.
첫째는 지극정성이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효도복지 서비스로, 어르신들의 올곧은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해남 공직자의 창의적 복무(服務)에 대한 존경이며, 두 번째는 부드러운 붓으로 그린 깊이 파인 주름과 어머님들의 선한 표정을 보면서 상념(想念)에 잠기는 순간이다.
세 번째는 해남군이 추진한 어르신 자화상 그리기 프로젝트가 더 새로운 기준이 되고, 꽃피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은 필자의 직업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노인 인구 증가로 늘어나게 될 묘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 지면을 통해 나누고 싶은 생각은 이렇다.
어느 통계자료를 보니 조부모의 함자를 기억하는 후손은 53%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이다. 함께 살아온 사람은 추억으로 고인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란 호칭만 기억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설날 찾아뵙는 부모님 산소 앞에서 떠오른 천상병 시인의 ‘소릉조(小陵調)’ 시가 생각난다.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이처럼 울림을 주는 시가 있기에 천상병 시인을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네 부모님들이 무엇을 써서 남긴들 이보다 울림이 덜 하겠는가. 질박한 삶 속에서 자신보다 무거운 세월을 자신만의 지혜로 살아오셨으니. 이 세상 어디에 이보다 훌륭한 철학(지혜를 사랑하다)자가 또 있겠는가!
그래서 부모님이 좀 더 건강하실 때 좌우명 또는 남기고 싶은 마음을 글씨로 남기시도록 하자. 그래서 자화상과 쓰신 글을 더해 생에 첫 명함도 만들어 드리자. 손주 손녀들이 찾아오면 명함과 함께 용돈도 주는 가풍을 만들고, 먼 훗날 성묘(省墓) 왔을 때 그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동기가 되는 비문을 준비하자.
더 권면(勸勉)하고 싶은 방법은 이렇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실천할 수 있는 정성으로 부모님이 사용하신 유품에 새겨 기억하는 방법이다. 디지털의 발달로 3D 프린팅 기술은 수저 또는 그릇 그 무엇에도 표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간의 창조적 행위는 무형의 정신이 유형의 문화를 낳고, 사랑과 감사와 존경의 가풍으로 이어짐을 믿는다. 부불삼대(富不三代) 아무리 부자라 해도 3대를 넘기기 어렵다고 하는데, 경주 최부자 댁은 어떻게 12대까지 300년이나 부자로서의 명성을 이을 수가 있었을까. 그것은 조상이 남긴 물질이 아닌, 살면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마음자세 육연(六然)과 여섯 가지 행동지침 육훈(六訓)으로 전해진다.
이 가훈은 건축물의 기품보다 황홀하다. 이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는 준엄한 명령이 있어 더욱 그렇다. 행복에도, 그림자에도, 글씨에도 지문이 있다.
사람은 때가 되면 떠나지만 글씨로 남긴 지문은 가풍을 넘어 대한민국 기억문화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자연을 지키는 해남형 ESG가 되지 않을까!, 문화 체인저(changer) 해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