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서 바라본 다도해 가슴이 뚫린다
천기철씨 초가을풍경 감상적지 추천

바다를 보러 산에 오른다면 고개부터 갸우뚱해질 것이다. 두륜산 고계봉, 불두를 닮아 상투처럼 우뚝 솟아오른 고계봉 정상에 올라 다도해를 바라보면 갈증마저 해소될 듯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식어버린 살갗이 서편으로 기울어가는 햇볕에 온기를 느낀다. 해남에서 가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 고계봉, 가을을 먼저 맛보고 싶거든 이곳으로 가라. 9월 중순이면 피부 깊숙이 스며드는 10월을 미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소사나무와 참나무들이 펼쳐졌다. 밤이 깊으면 새벽 또한 가깝다고 했던가. 여름내 간직해온 초록의 빛을 잃어버리기 전 간직했던 모든 빛을 토해내듯 진초록의 잎 떼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맑은 차향을 피워 올린다.
해를 등지고 동쪽을 바라보면 햇볕을 가득 머금은 노란 들녘이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원근 어디를 둘러보아도 적당히 버물어진 자연의 빛깔에 가슴이 확 트인다. 해남의 김정호라고 일컬어지는 천기철 씨는 해남의 산이라면 오르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은 광주지역의 모 일간지에 ‘전남의 명산 기행’을 싣고 있는데, 이곳에 올라오면 지도를 보듯 자신이 올랐던 산들이 펼쳐져 있단다. 케이블카가 개통되기 전에는 1시간 30분 정도를 소요해가면서 올라야 했기 때문에 자주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은 케이블카를 타고 20여분이면 고계봉 정상에 오를 수 있어 틈만 나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날개를 펼치고 비상할 듯 칠량만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작산이 아래로 굽어보인다. 햇볕에 달궈졌는지 지평선쪽으로는 안개가 드리워 먼 산은 보이지 않는다. 맑은 날에는 무등산도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고 하니 한 치 앞만 바라보고 사는 산 아래의 삶이 미욱하기 그지없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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