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연자마을
‘연호리 고방
황산면 연호리 연자마을(이장 김채호)에 해남 첫 마을박물관이 생겼다.
주민들은 해남 최초 마을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 간 자신들의 집안을 뒤졌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사용했던 농기구와 생활도구를 창고에서 꺼내고 집 뒷 뜰에 있는 디딤이 돌과 절구통도 꺼내왔다. 여기에 마을박물관 건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이화심 부녀회장은 동네 대나무숲까지 샅샅이 뒤지며 요강을 꺼내들고 왔다.
평소 눈 한번 주지 않던 물건들이 박물관 때문에 귀한 보물이 됐고 주민들은 오래된 물건을 찾을 때마다 심봤다는 기분으로 찾은 물건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보물을 찾아나서 보니 빈집과 오래된 한옥, 대나무숲은 보물창고였다. 빈집에서 오래된 농기구, 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은 한옥에선 귀하디 귀한 생활도구가 쏟아졌다. 이화심 부녀회장은 요강을 발견했을 때 가슴까지 설레이더라며 마을보물 찾기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보물찾기 1년, 마을회관의 대화 주제도 “누구 집에 무엇이 있더라, 우리 시아버지가 사용한 물건이다. 시집와서 그런 거 첨봤다” 등 보물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또 들녘에 나가는 도중에도 담 너머로 남의 집을 살짝 들여다보고 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습관마저 생겼다.
그리고 1년 뒤인 올해 모아진 보물들이 한데 모였다. 보물마다 보물 이름과 소장한 이들의 이름을 붙이고 전시해 놓으니 중앙박물관 부럽지 않은 박물관이 탄생했다.
전시관에는 술독과 놋그릇, 요강, 고서, 벼루 등 다양한 물건이 전시돼 있다. 특히 1920년부터 사용해왔던 나무말통도 있고 나무도장 각인 고정대, 재봉틀, 인두 등 모두 연자마을 주민들의 삶과 함께한 물건들이 박물관의 주인공이 됐다.
창고와 대나무숲 등에 버려지다시피한 물건들을 마을박물관에서 마주하는 주민들, 모두 자신들의 물건들이니 어디 국보급에 비할 건가.
이정애(76) 할머니는 요강과 주판, 옥편, 시장바구니, 나무도장 각인 고정대 등은 우리집에서 나왔다고 하고 박안심(79) 할머니는 1920년대 나무말통은 우리집 소장품이자 이곳 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이라며 연자마을 국보 1호라고 한다. 할머니들은 우리 나이도 70이 넘었지만 시집와서 처음 본 농기구도 있다며 할머니들 대화는 새색시 시절로 돌아가 있다.
연자마을 박물관에는 연호리 사진관도 있다. 사진 속에는 간척되기 전 바닷가였던 연자마을과 연기낭자의 슬픈 사연이 깃든 옛 연기도 모습도 있다. 사진도 각 집안에서 보관된 것을 모은 것이다. 또 연자마을 부녀회원들이 만든 맥간공예도 전시돼 있다.
연자마을 박물관은 농경소득화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농촌소멸로 사라지는 각 집안의 문서와 농기구, 생활도구들을 보존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연자마을은 해남 최초 멋진 박물관을 가지게 됐다.
이화심 부녀회장은 “각 집안에 있는 절구통을 모아 박물관 앞에 수생식물 단지를 만들고 또 집안에 남아있는 보물들을 더 찾아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마을박물관을 시작으로 볼거리, 추억거리 가득한 연자마을의 탄생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