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군민들 삶과 연동성 있는가
관광정책도 여전히 대규모 시설 위주
해남군이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 추진사업으로 311억원의 목포 구등대에 반응형 미디어아트, 456억원 규모의 솔라시도 내 수상복합공연장, 115억원 규모의 땅끝조각공원 경관치유 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 국가공모사업이지만 해남군 예산도 35%인 308억7,000만원이 투입된다.
해남군은 2019년 세계 6대륙 땅끝을 상징하는 땅끝세계공원 사업을 위해 땅끝마을에 토지매입비 21억6,000만원에 이어 시설비 49억원 등 70억6,000만원을 투입한 바 있다.
또 우수영 명량해전사박물관 앞에 59억원을 투입해 우수영 역사관광촌을 조성했다.
그동안 해남군은 시설공화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시설위주의 관광정책을 추진해왔다.
2016년에 문을 연 두륜산 녹색미로공원에는 50억원이 투입됐고 2015년 문을 연 명량대첩전시관은 80억원이 투입됐다. 처음 10억원으로 출발했던 우수영문화거리는 이후엔 얼마나 투입됐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어촌체험마을, 농촌체험 등을 위해 각 마을에 건립된 건물들은 이미 애물단지가 됐다.
시설위주 관광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그에 따른 평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우수영에 들어선 명량대첩전시관과 역사관광촌 등이 관광객 유입에 기여했는지, 두륜산 미로공원과 땅끝마을의 땅끝세계공원 조성 후 방문객이 과연 늘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각종 관광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1년에 몇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지역경제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는 식의 청사진이지만 운영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더 컸다. 해남군의 1년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목포시와 맞먹는 예산규모다. 또 해남군이 추진하는 사업은 100억원대 규모다.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민선 7~8기 들어 역대 가장 많은 국비를 확보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해남군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그림을 그려놓고 그에 따른 국비를 확보했느냐이다. 그러한 그림 없이 국가공모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솔라시도에 많은 사업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솔라시도 기업도시에는 400억원이 투입될 생태정원 도시를 비롯해 210억원 규모의 유기농산업 복합서비스 지원단지, 290억원의 김치원료공급단지, 425억원이 투입되는 탄소중립에듀센터, 기후대응 도시숲(40억원), 녹색융합클러스터(450억원), 지역거점 스마트시티(260억원), 청년창업센터(60억원), 425억원 규모의 수산양식기자재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사업이 들어선다. 국가공모사업이지만 사업에 따라 해남군 예산도 35% 내지 48%가 투입된다.
이러한 사업이 솔라시도에 집중되는 것은 국가 공모사업의 첫 번째 조건이 부지의 확보 여부이기 때문이다. 넓은 솔라시도 부지가 해남군의 각종 공모사업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현재 해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무도 기업 중심의 사업이 아닌가라는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신안군은 철저히 자신의 도시를 설계한다. 섬 뮤지엄사업을 통해 신안군의 인문적 이미지와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여내고 햇빛공유제를 통해 부의 분배, 인구를 늘린다. 그것뿐인가. 공영버스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사업은 미래를 담고 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철저히 연동돼 있고 그러한 그림 속에서 국비확보 투쟁을 한다는 점이다.
타 지자체도 해남군처럼 국비확보를 위한 공모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매칭할 군비가 넉넉하지 못하다. 이와달리 해남군은 매칭할 군비가 지금도 15,000억원에 이를 만큼 부자동네다. 이는 군수공백기에 쓰지 않고 금고에 꽁꽁 두었던 많은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구소멸, 지역소멸 앞에 수십년 후에 이뤄질 장밋빛 청사진, 국비확보 액수만을 놓고 행정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행히 해남군은 ‘농어촌 수도 해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또 그동안 확보한 국가공모사업 추진에 중점을 두고 앞으론 대규모적인 국가공모사업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해남군이 ‘농어촌 수도 해남’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그에 따른 그림을 제시해야 하고 국비확보도 그러한 슬로건을 구체화할 부분에 집중시켜야 한다.
현재 해남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과 연동돼지 않는 대규모적인 사업은 위험하다. 이는 수백억원이 투입된 관광시설정책에서 충분히 학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