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편집국장
박영자/편집국장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은 서사가 깊을수록 강렬해진다. 김대중은 박정희의 살해시도, 전두환의 사형선고 등 인고의 서사를 품은 정치인이다. 그 속에서도 외쳤던 행동하는 양심은 시대의 외침이 됐고 그가 거쳐온 깊은 서사는 그 시대 저항의 감성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나 단연 김대중 서사의 정점은 숱한 탄압에서도 오뚜기처럼 꿋꿋이 일어섰다는 데 있다. 오뚜기 같은 처연한 저항은 암울한 시대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의 간절한 여망과 동일화됐다.
이재명도 깊은 서사를 가진 정치인이다. 소년공에서 시작된 성장기에 이어 숱한 검찰수사와 재판, 여기에 군사정권을 떠오르게 한 윤석열 정권의 파행과 계엄 등 개인의 서사에 이은 시대적 암울이 이재명이란 인물에 김대중을 오버랩시킨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주요 정책과 방향은 김대중이 지향했던 내용의 연장선이자 확대이다. 
이재명이 주창하는 기본사회는 김대중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장선에 있다. 
김대중이 제1호 정책으로 추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었고 이때의 복지는 선별적 복지였다.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기본사회이다. 성장에서 얻는 부의 열매를 소수가 아닌 전 국민이 누려야 하고 이것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사회의 바탕이다. 
이재명의 AI정책도 김대중의 IT 정책의 확장이다. 
김대중은 1990년대 후반부터 IT 인프라의 기반을 다지며, 1인 1PC 시대를 선포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에 주력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IT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재명의 인공지능(AI) 정책도 전 국민이 무료로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AI를 통해 얻는 부의 환승열차에 국민을 태우겠다는 정책이다. 
김대중은 국민 통합을 사명으로 여겼던 정치인이다. 이재명의 대선 전략도 이념과 진영의 논리를 넘어선 국민 통합이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이념과 진영논리는 뿌리가 깊다. 이념을 바탕으로 한 진영논리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통치이데올로기로 작동되고 확대됐다. 
암울한 시대는 항상 과제를 던지고 그 과제를 해결할 인물을 낳는다.  
다만 김대중과 이재명이 다른 점은 영웅과 인간이라는 시대의 차이다. 김대중 시절엔 영웅을 원했다. 그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 만화였다. 
박봉성의「신의 아들」, 이현세의「외인구단」, 서사적 영웅의 집약체인 무협지 등이 풍미했다. 그러나 지금의 웹툰은 평범한 인간의 일탈적 서사이다. 평범한 인간이 시공간을 초월한 세상에서 왕과 왕비가 되거나, 무한한 능력자로 환생하는 등 개인의 일탈적 서사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김대중은 영웅을 원하던 시절에 등장했다면 이재명은 개인화된 지금에,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는 시대에 등장했다. 이는 이재명의 서사를 나의 서사와 동일 선상에 놓는 시대의 감성으로, 변화의 열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두 시대, 두 인물에게 관통하는 것은 간절함이라는 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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