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서 택시기사로
해남개인택시 김영민씨
제2의 인생을 택시 운전석에서 즐겁게 움직이고 있는 이가 있다. 지난해 공직생활 37년을 일찍 마무리하고, 새롭게 달리고 있는 김영민(58)씨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해남에서 개인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긴 시간 민원인들을 마주하던 그가 이제는 운전석에 앉아 해남을 누빈다. 마을에서 마을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을 떠나 새로운 일을 찾던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택시기사를 시작하게 됐다. 예전에 따뒀던 택시 면허 자격증이 있어 바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김영민씨는 “무엇을 하며 인생2막을 열어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개인택시를 하게 됐는데, 해보니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팀장님’이라고 불리던 그가 이제는 ‘기사님’, ‘사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이 변화가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공직생활은 고객들을 대면하는 일에 도움이 됐다. 택시를 탄 주민들의 생활민원도 손쉽게 해결해주고, 민원 종류에 따라 어디로 손님을 안내할지도 빠르게 판단한다.
그에게 있어 택시는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다. 택시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삶의 온도를 느끼는 창구다.
또 ‘한반도의 시작 땅끝해남’이라고 써 있는 택시를 몰며 해남을 홍보하기도 한다. ‘미남’이라고 써있는 택시를 타면 궁금해하는 승객들에게 해남과 미남축제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공직 선배들을 택시에 태우면 반가운 인사도 오간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정말 잘했다. 평생 직장을 잘 준비했다”며 그의 선택을 지지했다.
그는 운전대를 잡는 시간을 37년 동안 해온 출퇴근 시간에 맞췄다. 택시 운행 시간은 오전 7시45분부터 저녁 7시까지다.
운전대를 잡으며 해남의 거리, 골목, 밭두렁을 달리는 시간 그 자체가 여행이다.
김영민씨는 “드라이브 삼아 가는 길마다 해남의 풍경을 본다. 지금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손님을 태우고 송지, 목포, 광주도 가고 드라이브도 하며 돈도 버는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서 만나는 더 넓은 관계망도 그에게는 즐거움이다. 해남 곳곳의 이야기들이 택시 안에서 꽃핀다. 누군가는 허리 통증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자식 걱정을, 또 누군가는 마을 소식을 나눈다.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 대화가 있어 좋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화적인 성격인 그에게 이 일은 딱 맞다. 택시라는 게 결국 사람을 태우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좋아하는 걸 하고 있어 만족한다.
그는 개인택시기사협회 안에서도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이다. 차량에만 머무는 특성상 건강을 놓치기 쉬운 동료들을 위해 보건소 단체걷기 챌린지를 제안했고, 큰 호응을 얻었다.
김영민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대까지 택시 운전을 하고 싶고, 지금처럼 즐겁게 해남을 누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