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지금 정치계의 풍향계는 내년 6‧3지방선거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별 재미가 없다. 낯선 이들보다 익숙한 얼굴이 대부분이고 유권자들을 설레게 할만한 인물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다 모두가 파란 물결이다. 자연도 한색으로 도배된다면 단조롭고 지루하다. 또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만의 파란 물결이 아닌 다른 색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은 건강한 정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솔직히 지금의 판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맞이하게 된다면 달라진 선거방식을 원한다. 윤석열과 이재명이라는 두 지도자를 경험하면서 국민들의 눈높이는 많이 달라졌다. 뚜렷한 비교분석 대상이다 보니 지도자는 어때야 한다는 기준의 상승을 불러왔다. 또 리더의 품격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목격했다.
정말로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공부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의 진보 대통령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얻는 인문지식은 모든 정치와 행정의 바탕이 된다. 인문지식이 없는 지도자는 정치 행위와 행정에 깊이가 없다. 특히 인문이란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다.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약한 각종 사업은 사업일 뿐 절대로 공감력을 얻지 못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발길도 바빠졌다. 다만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단순 악수를 통한 자신 알리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남을 이끈다는 것은 유권자를 넘어서는 통찰력과 식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해남을 어떻게 설계할지, 무엇을 하기 위해 나왔는지 자신의 비전을 설명해야 한다.
지방자치 30년, 과연 무엇이 변했는가. 여전히 선거운동 방식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인물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예전 선거에선 유권자들이 선택할 폭이라도 있었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당 경선으로 해남의 운명이 판가름 날 판이어서 더 재미없다.
이 재미없는 판에 그래도 조금의 재미라도 걸어보는 것은 해남을 짊어지겠다고 나선 이들의 비전 제시의 선거운동 방식이다. 그냥 박지원 국회의원만 쫄쫄 따라다니지 말고 공부하고 비전을 만들라는 것이다. 목포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아무리 개국공신이라도 무조건 경선에 붙인다는 이야기다. 토사구팽이라고 억울해하기 전에 유권자들이 ‘아 저 사람 괜찮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정치권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모든 잘못은 상대방에게서 찾는 정치풍토, 정치인들에게 공통되게 흐르는 DNA다. 하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선 헛웃음 짓게 하는 정치 개그일 뿐이다.
해남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면 당연히 비전 제시는 기본이고 의무이다. 민주당이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선거 룰, 이러한 룰이 해남의 정치계의 현주소이고 퇴보시킨 원인이다. 별 재미없게 지켜봐야 하는 내년 지방선거, 그래도 유권자들에게 작은 재미라도 주려는, 공부하고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큰맘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