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최악의 멸치 흉년
완도 신지도 같은 현상

매년 6월이면 땅끝마을 어민들이 해수에 데친 멸치를 태양볕에 말리기 위해 마을회관 앞으로 끌고 가던 모습이 올해는 사라졌다.
매년 6월이면 땅끝마을 어민들이 해수에 데친 멸치를 태양볕에 말리기 위해 마을회관 앞으로 끌고 가던 모습이 올해는 사라졌다.

 

 매년 6월이면 땅끝마을 앞바다는 멸치잡이로 한창이고 마을회관 앞은 햇빛에 건조하는 멸치로 은빛바다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올해는 멸치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땅끝마을 김철 어촌계장은 이맘때면 그물에 멸치가 가득 차는데 지금은 보름달 해파리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 어촌계장은 잡히는 멸치가 아예 없어 수입 자체도 사라졌다며 멸치잡이 대신 주낙 낚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어촌계장은 땅끝뿐 아니라 완도 신지 앞바다도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완도 신지도 어민들과 자주 통화한다고 밝힌 그는 신지 어민 중 멸치어망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7월에 어망을 철거하겠다고 하는 이도 있다며 그만큼 바다에 멸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땅끝마을의 잔멸치는 어획량이 많아 완도 위판장 또는 소매로 판매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위판장에 내는 멸치는 찾아볼 수 없고 며칠동안 잡은 소량의 멸치를 모아서 겨우 소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끝마을 김유복씨는 지난해는 한 어가당 포대당 1.5kg량의 멸치를 하루 100포까지도 잡았는데 올해는 가장 많이 잡은 집이 2~3일 거쳐 겨우 10포를 잡았다는 말이 동네에 회자될 만큼 역대 가장 멸치 흉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땅끝마을에는 7어가에서 멸치를 잡고 있고 이중 4어가는 멸치잡이가 전업이다. 주 소득원이 사라진 이들 어가들은 이 현상이 지속될지 걱정이다.
북평면 남성리 땅끝어부 박병규씨는 멸치가 잡히지 않는 것을 바다수온의 변화로 꼽았다. 박씨는 수온이 올라가면 멸치떼가 오는데 아직 수온이 오르지 않았고 또 올해는 윤달이 낀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멸치 떼에 맞은 적정 바다수온이 21~22도인데 이도 바다환경 때문에 매년 변화하는 것 같다며 현재 바다수온이 오르고 있어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땅끝 잔멸치는 맛이 널리 알려져 완도 위판장에서 2,000~3,000원 더 높게 가격이 책정돼 왔다. 현재 땅끝 잔멸치는 택배비 포함 1.5kg당 4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만원에 비해 오른 가격이지만 팔 양이 아예 없는 상태다.
땅끝마을 잔멸치(볶음용)는 주로 6월부터 여름까지, 가을에 들어서면 중멸치가 잡힌다.  
땅끝 잔멸치는 해풍에 말리기 때문에 짜지 않고 맛이 있는데다 맑은 은빛을 자랑하기에 완도 위판장에서도 소비자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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