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나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출근 안 하는 대통령에서 퇴근 안 하는 대통령으로 바뀌니 주식도 오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108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경영이 이뤄지기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거라고 기상청이 장기예보를 한 지도 한참 지났다. 7월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곳곳에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담론이 아닌 산업의 현실이 됐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에 수출되는 제품, 특히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 물품은 생산 시 투입된 전력의 탄소 배출량을 신고하고, 이에 따라 탄소 비용이 부과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최소 20%(최대 30%)를 대체에너지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원자력 발전 위주로 정책이 쏠리면서 현재 대체에너지 비중은 약 9%에 불과해 OECD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체에너지의 비율을 임기 중에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지역은 바람과 햇볕이 좋은 서남해안 지역이다. 그래서 저번 대통령 선거 때 해남 공약사항을 보면 솔라시도에 글로벌 AI 슈퍼 클러스트 허브를 만들고, 전국에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걸음 물러나서 이 공약을 보면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상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오고,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된다고 해도 지역경제 활성화나 실질적인 고용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에너지 공급기지’ 역할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지역민의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별 없는 에너지 수익공유(햇빛, 바람연금)제도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3주 만에 지난 6월25일 광주에서 ‘광주 전남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취임 전부터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이 대통령은 광주시장, 전라남도 도지사를 포함한 행정공무원들과 일반인들이 대통령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모든 현안에 대해 알고 있는 대통령과 광주 전남 발전을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직접 알려달라는 모습에 지역의 장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 정부 행정관료들 난리 났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지역의 현실적인 요구사항과 그 이후의 대응방안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그림을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를 보면서, 각 지자체가 잘 준비하고 제대로 대응만 한다면, 이번 정부에서 지역 발전의 실제 성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남 역시 솔라시도에 20만 평 규모의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 중이고, 화원산업단지에는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단지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어제 보았던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산업단지에 어떤 기업을 유치하려 합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국가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십니까?” 해남군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준비해둬야 한다.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다.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실무 역량을 갖춘 일꾼을 뽑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