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땅끝아해 대표
윤지선 / 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지난달 시골재생프로젝트가 한창인 ‘눙눙길’ 친구들과 해남 최초로 ‘다크투어와 지오투어’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안해 진행했다. 
나보다 앞서 또는 나중에 귀촌한 젊은 친구들과 해남 출신 국내 최고의 현장 지질학자와 함께 지금 여기 이 땅에 출현한 인간 지층 ‘돌덕후’가 되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줄무늬 바위 지층에 앉아 퇴적층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대부분 지질수업은 처음이었지만, 생명들이 물질로 돌아가 유정 무정이 유전하며 쌓여가는 시간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엄청난 힘이 작용하며 만들어졌을 단층들이 만든 크고 작은 계단 무늬들에 감탄하며, 다들 지금도 발아래 꿈틀거리고 있을 숨겨진 지구의 역동성에 실감하며 놀랐다. 
지오투어는 피상적인 감상이 아니라 자연과학적인 증거로서 땅의 힘과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살아있는 지구를 감각하게 한다. 
해남에 숨겨져 있던 지구 이야기를 만나는 해남 히든어스 지오트레일. 예나 지금이나 희토류가 있는 땅에는 인간 문명의 번성과 애환이 얽혀있다. 
일제 강점기 최대 규모의 강제징용과 수몰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는 옥매창고에서 옥장인의 대를 잇고 있는 젊은 옥공예가 혁신씨로부터 옥동리의 근현대사를 들었다.
인디언들의 매듭법처럼 과거 현재 미래를 맺는 마크라메 매듭으로 나만의 작은 돌 목걸이를 만들어 걸면서 돌멩이 하나와 나를 잇고 나오면 눈앞에 엄청난 지질 단층이 나타난다. 
금과옥조를 빚어낸 지질학 교과서가 떡하니 펼쳐져 있다. 지질학자 박정웅 박사님은 지층의 페이지를 넘겨주며 우항리층과 일대의 격렬한 화산활동과 열수광산이 솟아나면서 빚어진 특별한 복합 변성암으로서의 옥을 제대로 조명해주셨다. 
마지막 코스로 특별히 사전 허락을 받고 옥매광산에 들어서자 엄청난 스케일에 다들 놀랐다. 이곳에서 지금도 나오고 있는 명반석 알루미늄과 금과 옥…. 지구의 지질학적 연금술이 만들어낸 이러한 특별한 광물들 덕에 인간 문명은 번성할 수 있었고 전쟁이 있었으며 자동차 컴퓨터 지금 우리 손에 든 핸드폰에까지 첨단과학을 누리고 있다. 
화산재가 비처럼 내려 덮힌 이야기를 들으며 마무리 하는데 돌들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돌덕후 젊은이들이 바로 해남히든어스 지오투어를 연달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달 7월22일 눙눙길과 다람쥐연구소 주최로 황산면의 또다른 지오트레일을 개척하며 해남 히든어스 2번째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7월23일은 땅끝 갈두에 새로 생긴 무장애길에서 송호어촌신활력 앵커그룹 주최로 전설의 사자샘 지오트레일을 만나고 학이 춤추던 송호해변을 재발견해보고자 한다. 한여름 오후에 오히려 그늘 깊어 시원해서 지역주민들에게도 퍽 좋은 운동코스가 되고 있는 이 길은 그대로 훌륭한 지오트레일이자 공존의 무장애길이다. 
해남탐조모임의 진행으로 숲해설과 방울새, 칼새, 상괭이도 만나자. 이날도 지질학자가 번역해주는 땅끝이 만들어지던 생생한 증언이 이어지며, 우리가 발딛고 있는 끝이자 시작인 땅끝 돌들의 이야기, 선캄브리아부터 현생 지질까지 지구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해온 훌륭한 지질학적 증거물들이 곳곳에 있는 해남 땅끝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돌의 증거를 직접 관찰하며 번역해 들려주실 예정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그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천릿길의 시작점이 된 해남, 제주와 가장 가까운 뱃길이 된 해저 지형의 비밀도 지질학적 사건들을 다시 만나면서 재해석해본다. 갈두 곶과 송호 만의 이야기. 우리가 사는 땅끝의 가치가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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