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 / 편집국장
박영자 / 편집국장

 

 토지매입비 포함 총 409억원. 이 예산 중 군비만 204억8,000만원이 투입된다. 군민들을 납득시키기엔 너무 큰 예산이고 사업내용도 빈약하다.
김치원료공급단지에서 저온저장시설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과정은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 제시하는 사업내용은 너무 안일하다.  
해남에선 가을배추 2,259ha에서 21만톤, 겨울배추 1,998ha에서 12만톤 등 총 41만톤의 배추가 생산한다. 이중 10% 미만만 농협과 계약재배, 나머지는 절임배추, 상인들에 의해 팔려나간다. 
그런데 해남군이 솔라시도에 409억원을 들여 조성한다는 저온저장시설의 배추 저장물량은 5만4,000톤에 불과하다. 총 배추 생산량 41만톤 중 5만4,000톤을 저장하기 위해 409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군민의 마음경제에 생채기를 낸다.
해남은 전국 최대 배추주산단지라 자랑한다. 그러나 배추 가격형성은 여전히 상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총예산 409억원, 배추가격을 해남군이 주도할 플랜이 수립돼야 한다. 또 배추 비축기지, 배추 공판장 등 해남에서 가격이 결정된 배추가 전국으로 유통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해남군은 이와 관련된 용역을 발주 중이다. 그렇다면 김치 저온저장 시설도 그 틀에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해남에 농산물 저온저장고가 부족하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 저온저장 창고는 문내농협에 들어서는 산지유통센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배추가격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총 배추생산량의 30%를 끌어내야 가능하다고 한다. 배추가격형성을 해남군이 주도하기 위해선 포괄적이고 입체적이고 복잡한 절차 등이 뒤따를 것이다. 
409억원을 투입해 저온저장시설을 짓고 민간에게 위탁운영을 맡기는 농정은 너무도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이다. 이는 해남군이 지금처럼 접근해온 농정방식의 일환이다.
해남군은 농어촌수도 해남을 표방하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농어촌수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하겠다며 TF팀도 조직한다. 
해남군이 농어촌수도 해남을 표방했다면 해남군의 농업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는 필수이다.
해남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재)먹거리통합지원센터,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에 머물고 있다. 먹거리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해남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해남에서 순환되고 또 외지로 유통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해남의 소상공인들은 광주공판장에서 물건을 떼와 팔고 있다.  
해남군은 배추를 비롯해 고구마, 김가공 주산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농업구조는 1차적인 생산에 머문다. 
땅끝소식지 7월호에 명현관 군수와 윤종록 카이스트 교수와의 대담이 실려있다. 
윤 교수는 “지방은 자원이 부족한게 아니라 도전이 부족한 건 아닐까. 이제 지방은 중앙정책의 수용자에서 제안자의 역할, 전략적 기획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해남군은 그동안 각종 공모사업에 선정돼 단위사업 당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해남시대를 열었다. 그러다보니 백억원이라는 숫자에 무감각해 버렸다. 
그러나 총예산 409억원, 이중 군비 204억8,000만원 심장이 쿵 뛴다. ‘농어촌수도 해남’도 솔라시도에 들어서는 김치 저장시설단지도 군민들과 농민들과 함께 수립하고 만들어야 현실성 있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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