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대흥사에 위치한 두륜미로파크는 자연 속 미로 체험지로 개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에 뒤처지고 콘텐츠 정체성도 흐려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유지가 아니라, 공원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고 문화와 예술을 통한 공간의 재생을 실현하는 일이다.
우선 미로 공간은 더 이상 정적인 조형물이 아니라, 관광객과 지역민이 직접 걷고 느끼며 감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음악, 조명, 인터랙티브 장치를 활용한 ‘미디어 미로’, 주말 피크닉 버스킹, 직장인밴드 공연장과 같은 야외 공연 콘텐츠가 결합되면, 미로공원은 단순한 체험형 관광지를 넘어 복합 문화 향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실내 공간을 리모델링해 밴드 연습실과 소규모 공연장, 창작 레지던시 공간으로 운영한다면, 해남은 예술이 ‘창작’되는 지역이 된다. 지역 청년뿐 아니라 전국의 직장인 밴드를 유치해 주말 단위의 창작 캠프와 공개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체류형 소비와 관광 수요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는 숙박, 음식, 관계인구증가, 서비스 업종에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낳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은퇴한 유명 음악가들이 이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한국에는 연륜과 명성을 가진 음악가들이 은퇴 이후에도 창작의욕과 사회공헌 의지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두륜미로파크의 레지던시 멘토 뮤지션으로 초빙한다면, 공연 콘텐츠의 질은 물론 공원의 문화적 권위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들은 전국의 예술가와 지역예술가에게 창작 조언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클래식, 포크, 락, 뮤지컬, 재즈, 국악 등의 마스터 클래스형 공연도 펼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화공원이 해남의 기존 관광 자원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륜산 대흥사, 도솔암, 윤선도 유적지, 땅끝마을, 우수영관광지 등 이미 해남은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명소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공연이라는 새로운 문화 동력이 결합되면, 하루 관광에서 2~3일 머무는 문화 여행지로의 확장은 자연스럽다. 문화는 사람을 지역에 머무르게 만들고, 머무름은 소비를 불러온다.
두륜미로파크는 지금 단순한 정비를 넘어, 지역문화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기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걷는 길에서 음악이 흐르고, 지역 청년과 은퇴 음악인이 함께 공연을 기획하며, 전국의 직장인 밴드가 공연과 창작을 위해 찾아오는 공간. 그것은 해남의 문화 또 다른 시작이자, 지방소멸 시대를 돌파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상상력과 실행력이다. 두륜미로파크가 그 출발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