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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아빠’하고 부르며 나타날 것만 같은데, 이 손으로 채 피지도 못한 아들의 뼛가루를 뿌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철재로 된 안전시설만 제대로 갖추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김군(고1)과 하군(중3)의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과 함께 울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현재 김군과 하군이 변을 당한 곳에는 전날 친구들이 놓고 간 국화꽃이 밤새 이슬을 머금은 채 덩그렇게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20일 밤 해남읍 해리 금강골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 지구 내 여·방수로에 2명의 학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 26분께 사고를 당한 김군은 선후배들과 술을 나눠마신 뒤 소변을 보려고 일행과 떨어져 여·방수로쪽으로 갔다가 난간이 없는 곳에서 실족해 4m 아래, 수심 2m 가량의 고인 물로 추락했다. 물에 빠진 김군을 구하기 위해 하군이 뛰어들었지만 서로 허우적거리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숨진 김모(17.고1)군과 하모(16.중3)군 가족들은 공사업체의 안전시설 미흡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철재 난간만 있었어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는 두 줄의 하얀 비닐 테이프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곳의 공사감독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는 사고 후 서둘러 철재 난간을 설치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원래 9월말까지 다리 공사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주변 경관을 고려해 나무다리로 설계를 변경하다보니 그동안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즉 이곳 공사는 도 사업이라 설계변경과 관련해 도의 승인이 떨어져야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인 박모씨는 이번 사고는 인재라며 사고현장은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기도 해 언제 이런 일이 재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물이 고여 있는 이곳에 설계대로 다리를 놓는다면 또다시 추락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며, 좀 더 하류 쪽으로 다리를 옮겨줄 것도 주문했다.
추락 사고를 수사 중인 해남경찰서는 시공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억울하게 죽은 자식들의 한이 풀리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33억6천만 원이 투입된 금강골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의 발주로 해남의 한 업체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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