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김옥심 할머니의 오일장 인생


75년 삶의 무게가 할머니의 허리를 90도로 굽어버리게 했을 터이다.
계곡 선진리 김옥심(75) 할머니는 90도로 굽어버린 허리에서 아직 짐을 내려놓지 못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키보다 큰 토란대와 갖가지 채소를 챙겨 해남오일장에 자리를 편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할머니는 하루 전날 장에 내다팔 각종 채소를 손질한다. 그리고 장날 아침 7시 반 첫차에 몸과 짐을 싣는다.
몸도 지탱하기 힘든데 자신의 무게보다 더 나가는 채소 보따리를 어렵게 버스에 싣는 할머니. 평생해온 일이지만 갈수록 힘에 부친다. 해남교통 기사들에게도 너무도 낯이 익은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는 해남터미널에 도착하면 무거운 짐을 내려 수레에 싣는다. 그리고  1km이상 되는 오일장까지 힘들게 수레를 끌고 간다. 도로에 조그만 턱이 있어도 수레를 끌기 힘든 할머니, 좌판을 잡기도 전에 힘이 다 빠져 버린다. 5일장에 도착한 할머니는 서둘러 빈자리를 찾는다. 할머니의 자리는 정해져 있진 않지만 주로 전남가축병원과 철물점 앞 노상이다.
토란, 생강, 도라지, 미나리, 꽈리고추, 가지, 깻잎 등 직접 재배해 내다파는 채소는 10여가지. 할머니는 철 따라 밭에서 키운 것을 조금씩 챙겨 나온다.
한 움큼씩 챙겨온 채소들이 다 팔리면 많을 땐 3~4만원, 적을 땐 1만5000원이 손에 쥐어진다. 왕복차비 4000원 제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심심해서 하는 것이제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할머니지만 35년 간 해온 시장행상을 그만두지 못한 속내는 손자 뒷바라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오일장에 맞춰져 있다. 장날엔 장을 보고, 3일간은 장에 내다팔기 위한 채소를 재배하고 장날 하루 전엔 갖가지 채소를 손질한다.
200여평 남짓한 할머니의 텃밭엔 고추, 가지, 생강 등 20가지에 이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할머니에게 텃밭과 오일장은 삶의 무게인 동시에 삶을 이어주는 끈이다.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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