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싫고 아파트가 싫어 고향 해남에 내려왔어요.” 수원에서 20년을 살다 남편의 정년퇴직 후인 지난해 고향에 내려온 이직녀(60)씨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12평 이씨의 방 창문에는 멀리 두륜산이 수채화로 들어와 있고,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달마산자락인 마봉에 살고 있는 이씨의 고향은 송지면 신흥리이다.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고향에 내려와 살려고 미리 땅까지 사둔 이씨는 기다리는 1년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단다.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긴 했지만, 고향에 내려와 제2의 신혼을 맞고 있는 이씨 부부는 시골에 내려오길 너무 잘했단다. 들판에 널린 것이 돈인데, 시골 사람들은 그걸 돈으로 보지 않더라며, 이씨는 나물도 뜯고 틈틈이 메주도 쑤고 고추장도 손수 담아보았단다. 도시인들에게 인터넷 판매를 하기 위해서란다.
수원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했다는 남편 김인구(61)씨는 “아내가 처음엔 저러다 금방 진력이 날 줄 알았는데, 저리 좋아하는 걸 보니 역시 시골에 내려오길 잘했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농사는 짓지 않는다. 대신 아랫마을 신흥리 할머니들이 캐오는 나물을 인터넷을 통해 도시의
지인들에게 판매해주고 있다. 할머니들이 자기 것만 팔아달라고 싸울 정도로 이씨의 인터넷 판매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이씨부부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서 아직은 마을 사람들 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사정도 모르고 남향으로 들어앉힌 집도 걱정이다. 지난해엔 다행히 태풍이 지나가지 않았지만, 마봉마을의 태풍은 보통이 아니란다. 어쩌면 올 여름은 이씨 부부에게 시련의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씨 부부의 사랑이면 태풍도 비껴갈 것만 같다.
이씨 부부처럼 귀농과 귀향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산업화시대였던 70년대에 고향을 떠났던 그들에게 고향은 차마 꿈에도 잊히지 않는 곳이었다. 이제 도시에서 정년을 맞이한 그들이 꿈에 그렸던 고향행을 선택하고 있다. 그들이 이웃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리지만, 귀농인들은 단지 자신의 몸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문화와 그리고 그들이 떠나온 도시와의 끈을 갖고 들어온다.
마을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이장들 중엔 귀농인이 많다. 바야흐로 귀농이 대세인 시대가 왔나보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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