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들어선 공원에서 큰 소리로 정신없이 울었다.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가장 서러웠던 것 같다. 마냥 어릴 적의 내가 아니었다. 커나가고 있는 사춘기에 아버지의 장애는 내가 소리 내어 아이처럼 울어도 되는 이유라도 되는 것 마냥 서럽게 울었다. 벤치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생각했다. 가출의 개념도 아니었다. 난 그저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멈춰있는 내 앞에 아버지가 오셨다. 아무런 말없이 내 학교 가방을 드시고 앞장 서 걸으셨다. 아버지는 침묵이었다. 서로 그 어떤 몸짓도 오가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뒤에서 거리를 두고 비척비척 걷던 나는 아버지가 들어오지 않은 나를 찾아 거리를 헤매었을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 이름을 아버지의 언어로 내뱉었을까. 제대로 소리조차 치지 못한 채 뛰고 또 뛰며 비명도 고함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질렀을까.
가만히 멈춰서 앞서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멈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채 여전히 걸어가고 계셨다. 내가 소리 내어 울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그저 침묵으로 걷고 계셨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 때의 장면을 잊지 못한다. 가로새겨 가슴 언저리에 박힌 그 날의 다짐을 말이다. 평생에 오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는 아버지의 몸을 뒤에서 가만히 안았다. 드디어 입을 연 아버지의 몸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난 세상의 무수한 시선 속에 아버지의 몸을, 그 뜨거운 몸짓의 언어를 지켜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이경화(진주여자고등학교 2)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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