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편집국장)
원전 후보지로 해남이 선정되면서 일기 시작한 찬반 논쟁, 수면위는 아직까지 조용한데 물밑에서는 토론이 활발하다. 원전이야기가 나옴과 동시에 반대여론이 들끓었던 97년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문제는 97년도 원전반대투쟁은 대정부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해남군을 원전 후보지로 지정하자 전군민이 나서 반대운동에 나선 것이다. 당시 원전반대투쟁에는 70여개가 넘는 사회단체와 행정, 군의회 등이 동참했다. 그야말로 군민모두가 한목소릴 낸 투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군민끼리의 투쟁이라는 점이 97년도와 다르다. 정부도 희망하는 지자체에 우선적으로 원전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이고 이에 해남군민들 내에서도 원전찬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전문제는 군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다시 말해 핵폐기물을 놓고 찬반투쟁이 격심했던 부안군의 경우처럼 풀기 어려운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마무리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전문제를 놓고 감정적인 찬성이냐 반대냐의 접근이 아니라 이것이 해남군에 무엇을 남기느냐에 대한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다. 또한 원전찬반토론을 통해 민주시민 의식을 키우고 성숙한 토론문화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원전에 대한 찬성입장은 경기부양을 제일 큰 요인으로 주장한다. 어찌보면 원전이 불거진 것도 경기 침체가 한 몫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농수산업과 관광 중심인 해남군에 원전이 맞는지를 고려해야하고 원전 외에 해남군의 발전비전은 없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원전은 우리세대를 넘어 후손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왜 대도시가 아닌 재정이 넉넉지 않은 한적한 지자체에 원전을 건립하려 하는지도 알아야한다.      
반대 입장에서도 원론적인 반대보다는 원전 외에 해남군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한마디로 원전을 넘어선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반대에 대한 설득도 피해에 대한 열거보다는 해남군의 비전과 가치를 내세우며 이 같은 가치가 원전보다 우위임을 설명해야 한다. 원전에 대한 군민입장은 97년도에 이미 확인됐다는 게 반대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97년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군민들을 설득할 내용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본다. 원전유치 찬반을 놓고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서로가 지양해야할 선이다. 하루아침에 이웃이 적으로 돌아서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대립은 갈등을 조정할 여지를 없애버리고 만다. 차분하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활발히 벌여야 한다. 물론 토론을 통해 원전문제가 끝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주장과 진정성을 확인한다면 갈등의 골은 그만큼 옅어질 것이다.
원전의 마지막 결정은 물론 지자체장의 몫이다. 해남군은 군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 문제가 군민들 간의 갈등으로 불거지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6․2지방선거를 통해 해남은 너무도 큰 갈등의 골을 맛보았다. 지역사회가 급속히 냉각되고 상대방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그래서 원전찬반논쟁을 성숙하게 풀자는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얻어진 결과는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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