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간에게 필요한 시설일지라도 그것이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시 판단해야할 사항이다.
화원면 절골마을. 30여호가 거주하는 작은마을이 송전탑 건립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절골마을은 마을 앞으로 송전철탑이 지나고 있다. 그런데 이젠 대한조선 측에서 마을 뒤로 철탑을 건립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산골마을이 앞뒤로 송전탑에 싸인 꼴이 됐다.
매일같이 접해야할 시설, 그에 따른 피해를 뒤로하더라도 언제나 바라봐야할 시야에 버젓하게 서 있는 송전철탑을 주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 있어 매일 바라봐야하는 시야는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먼 곳을 바라보는 해양민족의 경우 진취성이 강한 반면 산악민족은 멸망을 거듭한 게 인류의 역사다. 그만큼 매일 접하는 시야는 한 나라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용한 농촌마을에 아무런 예고없이 건립되고 있는 송전탑은 한 마을의 님비현상으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다. 한 마을의 공간의 질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정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회사를 위해 한 마을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물론 그 희생이 일시적인 문제라면 주민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수 있지만 송전탑은 영원히 마을의 경관이 돼 버린다는 게 문제다.
대한조선은 해남군의 기업유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하는 이 같은 시설은 향후 해남군의 기업유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한조선이 해남군의 대표기업으로, 해남군민이 우리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공동의 삶을 추구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해남군도 대한조선측도 송전탑과 관련해서 깊은 성찰이  부족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당초 이곳 송전탑은 화원영월 석산개발 인근을 통과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석산개발이 연장되면서 선로를 절골마을 뒷산으로 변경해 버렸다. 얼마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무시한 처사였는가를, 어쩜 주민들의 분노는 당연할지 모른다.
또한 해남군과 대한조선측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당연히 따라야할 주민설명회 없이 밀어붙이기식 발상은 시골 농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 뒷산에 송전탑이 세워지고 포클레인이 공사하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 산에 올라 선로를 다른 곳으로 변경할 경우 다른 마을에는 피해가 없는가를 확인했던 순박한 농촌사람들. 주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힐 송전탑은 당연히 선로가 변경돼야 한다. 하나의 시설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이 단 한 명뿐이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