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르면 근심 사라지니 나도 신선
농민서예가 명천식씨 매일 찾아 심신치유


청용정으로 오르는 진입로엔 노란 들국이 서편으로 기울어가는 옹색한 가을 햇살아래 얼굴을 쪼이고 있다. 청용정이 자리하고 있는 산을 화원사람들은 동산이라고 부른다. 동산은 화원면 소재지인 청용리를 감싸고 있는데, 마을 바로 위에 자리한 청용정까지는 수 분이면 걸어서 오를 수 있다.
큰 맘 먹지 않아도 가볍게 오를 수 있어 더욱 친근한 청용정은 여름철에 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용정 뒤로는 수령 480여년이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주위로 6그루나 되는 자손들을 거느리고 청용정을 감싸고 있다. 마치 어미닭이 병아리를 날갯죽지 아래 감싸고 있는 듯 아늑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불편하거나 투병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편안해진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청용정에 눕는다. 소나무 이파리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먼저 병과 세파에 찌든 머리를 식히고 후끈 달아오른 몸도 풋풋하게 식혀준다.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가 사람에게 보호를 받아 보호수인지, 사람들을 보호해 보호수인지 모호한 순간이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불과한 이곳 청용정에 들면 바로 아래로는 청용리가 굽어보이고 약간 눈을 들면 일성산이 마주하고 있다. 다시 왼쪽을 바라보면 금호호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호방조제를 막기 전에는 목포에서 유명세를 탔던 세발낙지의 주산지였다고 한다.
농민서예가로 잘 알려진 명천식(46)씨는 위암 수술 후 청용정을 찾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오후 1시에 올라와 서너 시간 동안 이곳에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의 근심도 사라지고 신선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느릿한 걸음으로 동산을 거니는 데는 약 40여분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은 작품 구상을 겸해 심신을 치유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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