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 마치면 숟가락 들 힘도없이 초죽음
종일 걸려오는 주문전화, 잠결에도 들려


매일 700박스의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는 황산 장원유통은 절임배추와 전쟁 중이다.
20여명이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작업해야 겨우 700박스를 맞출 수 있다.
주문량이 폭주하는 수~금요일엔 밤 11시까지 야간작업을 해야 한다. 주문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생산한계로 인해 하루 700여박스로 제한하고 있다.
절임배추 전쟁은 사무실에서부터 시작된다. 3명의 직원이 3대의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지만 전화가 10대라도 밀려드는 주문전화를 모두 받을 수 없다. 전화를 걸면 통화중입니다는 말만 들을 수 있다. 주문전화 받기도 쉽지 않다. 입금과 도착 날짜, 주소 등 복잡한 확인사항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걸려오는 또 다른 전화, 목이 아프고 오후가 되면 몸이 축축 쳐지지만 어쩌랴 절임배추 대란을 매일같이 실감할 뿐이다.
장원유통은 매일 발주량을 확인해 다음날 생산계획을 세운다. 아니 주문량에 상관없이 절일 수 있는 배추는 모두 절여야할 판이다.
절임배추 공장엔 배추를 한가득 싣고 온 5톤 트럭과 하역인부 2~3명의 손길이 바쁘다. 작업장으로 운반된 배추는 절단기로 절단 한 후 대형 절임통에서 절여진다. 200여평 공장이 배추로 가득 찬다. 절여진 배추를 씻고 물 빼고 다듬은 후 박스포장하면 작업은 마무리 된다.
포장된 절임배추는 오후에 택배회사를 통해 전국으로 배송된다.
절임배추가 대란을 맞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부 구하기다. 장원유통 박진욱 대표는 동네 사람뿐 아니라 인력업체를 통해 인부 구하기에 나서지만 쉽지가 않다.
남자 하루 인건비는 9만원, 여자는 6~7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힘든 절임 일을 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절임배추 생산은 절단기, 콘베이어 벨트, 세척기 등 많은 부분이 기계화 됐지만 어느 단계하나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수공업이다.
배추다듬기 담당인 김모씨는 앉아서 하는 일이지만 하루에 수천 포기 배추를 칼질하다보면 너무 힘들어 숟가락 들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수~금요일은 야간작업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업을 꺼려 가족들과 몇몇 사람만이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표는 절임배추 주문이 폭주해 놀랍다며 사람만 구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아쉬워한다.
장원유통은 올해 절임배추 생산을 위해 농민들과 1만2000여평의 배추를 계약 재배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양이다. 그러나 폭주하는 주문과 배추작황이 좋지 않아 지금도 김장배추를 밭떼기로 사들이고 있다.
장원유통은 1월 중순까지 절임배추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량이 많아 돈도 많이 벌겠다는 물음에 벌기는 벌지만 투자비용이 너무 많아 생각보단 수익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절임배추 생산기간이 2개월 정도밖에 안된 반면 인건비와 작업의 편의를 위한 기계구입, 개선해야 되는 것들이 많아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제 김장의 대세는 절임배추라며 갈수록 절임배추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절임배추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유통 뿐만 아니라 해남지역에서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는 500여명의 농가들은 매일같이 절임배추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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