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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핵발전소인가
해남이 가진 가장 큰 브랜드 가치는 무엇일까? 아마도 땅끝, 청정, 다도해, 농산물 등일 것이다. 이런 이미지 위에 핵발전소를 얹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쌓아올린 해남의 이미지를 화폐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핵발전소 몇 기로 바꿀 수 있는 가치는 아닐 것이다.
핵은 쉽게 꺼지지 않는 불덩어리이다. 핵발전소 유치는 지역사회를 두 갈래로 갈라 반목과 갈등으로 치닫게 할 것이다. 이는 부안과 영광의 사례를 보면 자명해진다. 전 영광군수는 지역사회의 갈등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핵발전소는 한 번 들어오면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민원의 절반이 반대와 보상 등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은 이후 해남군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 번 핵발전소를 유치하면 1기, 2기로 그치지 않는다.
부지 선정의 어려움 때문에 한수원은 기어코 10호기까지 들여놓게 되며, 여기에 다시 방사능폐기물처리장까지 유치하라고 종용을 해올 것이다. 이후 추가 시설이 언급될 때마다 지역사회는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핵발전소 유치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생각이다. 당장 토목공사 등으로 지역경제가 반짝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영광의 경우 원전 직원들은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되어 철조망에 둘러싸인 사택에 살고 있었으며, 2000~2500명에 달하는 원전종사자들 대부분이 광주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들이 술을 마시고 물건을 구입하는 곳은 정주권인 광주이지 영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남의 경우 그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목포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핵발전소의 안전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아다시피 한반도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휴전상태이다. 연평도 포격처럼 언제든지 전쟁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핵발전소는 핵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전시에 가장 먼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곳이 어디겠는가. 그야말로 미사일 한 방이면 핵폭탄 하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평상시 잗다란 방사능 유출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광의 경우 수십 차례 반사능 유출 사고가 있었지만, 주민들은 내부고발자를 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신안 군수는 바다에서 나는 700억과 핵발전소를 바꾸지 않겠다며 핵발전소 유치에 대해 반대했다고 한다. 해남군이 바다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그만 못할까. 열폐수에 의한 수온 상승으로 해초가 자랄 수 없을 텐데, 당장 근해에서 생산되고 있는 김, 전복 양식은 어떻게 되겠는가? 바다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선다고 당장 농산물이 방사능에 오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남 농수산물에 대한 청정이미지는 사람들의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 수치상으로 계량화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광, 원전있는 곳이잖아”라는 한 마디에 싣고 갔던 쌀을 다시 싣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영광농협을 생각하면 핵발전소의 폐해는 확연해 진다.
핵발전소 유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눈앞의 곶감이라고 당장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선택권이 없는 후손들에게 욕이 될 핵발전소 유치는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광처럼 고향 언덕에 망향각 지어놓고 한숨지으며 망향가나 부를 텐가.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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