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이들을 딸 아들이라 부르고


추운 아침 7시40분 발과 손이 시럽다
그러나 아이들 지키는 일 너무 보람 커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발과 손이 꽁꽁 얼어 동동 굴러도 눈만은 아이들에게 고정시켜야 한다.
예전에는 몰랐던 초등학교 앞 건널목, 너무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녹색불이 켜지자마자 건널목으로 뛰어드는 아이, 녹색불이 깜박깜박 하는 데도 갑자기 뛰어드는 아이, 주변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대화하며 유유히 걷는 아이 등 건널목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에만 빠져있다.
그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 녹색 어머니회(회장 주애경․해남서초 학부모)이다.    
지난 1일 아침 7시45분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해남동초교 인근 건널목 4곳에 녹색 어머니회 회원들이 나타난다. 전날 이정림(39․해남동초 학부모)부회장이 두꺼운 장갑과 털 부츠를 신고 오라고 했지만 간단한 복장을 하고 온 어머니도 있다. 오전 8시40분까지 내내 추위에 떨어야 한다. 8시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우하고 몰려들기 시작한다. 황색불이 사라지는 순간 녹색 어머니회 회원들은 건널목 중간으로 나가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막고 호루라기를 힘차게 그리고 길게 분다. 갑자기 건널목으로 뛰어들 태세인 아이들은 그 소리에 놀라 잠시 동작을 멈추고 건너가라는 수신호에 맞춰 건널목에 들어선다. 녹색불이 켜지면 건너야 하는 길, 그러나 건널목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건널목 양편으로 주정차 한 차량들 때문에 녹색 어머니들도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는 지식 속에서 녹색불을 보고 길을 건너지만 아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녹색 어머니회 회원들은 아이들은 한곳의 방향만 바라보기에 운전자들의 학교 앞 서행을 너무도 바라고 있다. 안전선과 주정차 금지조항을 지켜달라는 주문도 또 하고 또 한다.
녹색어머니 회원은 해남동초와 서초 학부모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1~3학년의 저학년을 둔 젊은 엄마들이다. 어릴수록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기에 자녀 생각에 나선 봉사의 길이다. 경찰서 소속인 녹색어머니회는 매월 1~6일까지 학교 앞에서 등교시간에 교통안전봉사를 한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이 날만큼은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이른 등교를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등원은 아빠의 몫이 된다.
처음 봉사에 나섰을 때는 쑥스럽고 힘이 들었다. 특히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겨울에는 1시간 내내 서 있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너무도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젠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건널목을 지킨다.
2년간의 활동, 아이들과도 정이 들었다. 아이들은 녹색 엄마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아이들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모두들 안아주고 싶은 존재들이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의 넉넉한 마음의 문도 더 넓은 세상을 안으려는 힘도 커진다.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배운다는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많은 학부모들이 모임에 참여해 여러 학교에서 아이들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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