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기슭에 시금치 초원이 펼쳐졌다. 노병암(47·송촌)씨는 올해 2000평의 땅에 시금치를 심었는데, 절반은 출하를 한 상태이다. 올해는 이상 한파로 물량이 달려 시금치 값이 올랐다. 관행(일반)시금치가 친환경시금치보다 오히려 2배 이상 높게 시세가 형성되고 있지만 가격이 들쭉날쭉한 관행농사 보다는 안정적인 친환경농사를 그는 훨씬 더 매력이라고 말한다.
노씨는 1주에 3회, 회당 300g 1000봉지씩 납품을 하고 있는데, 삐추(직박구리)가 다 자란 시금치를 뜯어먹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단다.
친환경 시금치 재배는 새와의 전쟁을 의미한다고 한다. 처음엔 새총을 만들어서 쏘아보았지만, 맞지도 않을뿐더러 새들이 사정권 밖으로 나가 사람을 놀리더라는 것이다.
급기야 공기총을 구입했지만 시금치를 초토화시키는 건 한순간. 결국 총도 내려놓아야 했다. 현재는 사람이 순찰을 도는 수밖에 도리가 없단다. 그 일은 결국 어머니의 몫이 되고 말았다.
노씨는 여천석유화학단지에서 14년을 근무하다 2004년에 귀농을 결심했다.
연봉 4500만원을 뿌리치고 내려온 시골이었는데, 친환경농법을 적용해 첫해에 거둔 수확이 400평에서 콩 40kg, 고추는 600주에서 10근이 고작이었다. 또한 애써 기른 무 2톤을 15만원에 넘기고 났을 때는 그야말로 막막해 귀농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인의 격려와 채찍에 힘입어 부지런히 돌밭을 옥토로 바꾸어나갔다. 주워낸 돌만도 5톤 트럭 열대 분량은 된다고 하니 그간의 그의 고생을 짐작할 만하다.
노씨는 해남친환경농가들로 구성된 ‘흙살림’에 가입해 무농약인증을 받기에 이르렀고 3000평의 땅에서 친환경고구마 6톤을 수확하게 됐다. 남들 1000평에서 수확할 물량이었다. 노씨의 땅은 전 주인이 개간 후 10년 이상을 묵혀두었던 곳이라 그야말로 박토였다.
노씨는 여기저기서 퇴비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다 밭에 뿌렸다. 한번은 정미소에서 나온 왕겨를 밭에 뿌렸는데, 이듬해 보니 퇴비가 아니라 풀씨를 뿌린 꼴이 되어버렸단다. 밭에 자란 것은 온통 독새기풀만 무성하더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퇴비를 넣었더니 맛도 좋아지고, 달리는 양도 많아졌으며, 크기도 굵어졌다. 노씨의 수고는 2009년 수확으로 보답을 받았다. 1500평에서 고구마 13톤을 수확하게 된 것이다.
노씨는 2004년에 서울의 두레생협에 생산자회원으로 가입을 하였다. 재배 물량에서 가격까지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시세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판로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고생은 되지만 친환경농법은 분명 흙과 작물 그리고 사람이 함께 살아나는 농법이었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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