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증도’는 2007년 말,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담양군 창평, 장흥군 장평·유치, 완도군 청산도와 함께 국제 ‘슬로시티’로 선정된 곳이다. 슬로시티란 도시의 빠름과 소란 그리고 경쟁분위기를 탈출해 ‘느림과 여유’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민 중심·전통보존·생태주의·지속가능한 자연생태를 유지해야한다. (세계 슬로시티연맹에서 2년마다 실사함)
해남군 땅끝은 신안군 증도의 자연경관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지난달 발표된 땅끝 4색 테마개발계획도 증도의 체류형 관광개발현황과 대동소이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여름에 슬로시티를 내세운 증도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금년 3월 소위 증도대교라는 연륙교가 개통됐다. 그래서인지 8월 초순 피서절정기쯤엔 증도주민이 약 2000명인데, 하루 평균 5000여대의 피서객들의 차량이 붐볐다. 그러니까 증도는 외지 자동차들의 소음과 먼지로 뒤범벅이 됐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리조트엔 재래식 5일 장날의 장터처럼 붐볐다. 성수기 폭탄요금, 생활 하수구냄새, 지네 등 벌레출현, 배짱 영업 등 고객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숙박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은 헤아릴 수 없이 대기하고 있으니 알아서 머물다 가라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문제는 증도엔 관광객만 폭주했을 뿐, 지역주민들에게 안겨지는 실질적 이익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초질서가 실종되고 소란과 혼란스런 폐해도 컸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증도는 ‘슬로시티’라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퀵퀵시티화’ 내지 ‘콘도시티화’ 되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필자가 지난 여름 증도에서 2박3일 머물면서 체험한 바이고, 환경시사관련 K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바도 있다. 그래서 증도에서는 최근 슬로시티 정책을 평가·검증하는 자리가 개최됐다. 그리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논의됐다.
해남군의 땅끝 ‘4색 테마개발계획은 4개구역(땅끝·송호·송지사구리·송지중리)으로 나눠, 2020년까지 2300여억원을 투자해 종합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땅끝 4색 테마개발 계획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바는 아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안에 대한 심각한 점검이 우선돼야한다는 소견을 제시해본다.
첫째, 땅끝관광단지 개발에 의해 지역민에게 안겨질 혜택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분석·제시해야한다. 용역비용만 챙기고 나중에 책임을 지지 않는 허무맹랑한 뻥튀기 예상효과에 그동안 속아왔기 때문이다.
둘째, ‘최소투자로 최대이익을 회수’하려는 개발자본(아직 예산확보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의 습성과 탐욕을 제도적으로 예방하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셋째, 관광객들이 땅끝을 찾아오는 이유는 빼어난 자연풍광과 경관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자연경관 훼손방지책은 물론 복원계획 의지도 함께 담아내야한다. 예를 들자면 각종 관광시설에서 필연적으로 배출시키는 오폐수를 법적기준이상으로 규제한다거나 토목건설에 따른 녹지대 감소분 이상의 녹지대를 주변에 조성하는 등이다.
넷째,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빤한 관광시설 그러니까 붕어빵 굽기식의 관광시설이 아니어야한다. 좀 차별화된 관광시설이어야 한다. 땅끝 4개 지역의 각종 관광시설계획 즉, 편의시설·숙박시설·레저시설·체험장·전망대등은 전국 어디에서나 설치된바 ‘야심찬 계획’도 ‘빼어난 계획’도 아닌 것 같다.
해·완·진에서의 관광개발 계획의 시작은 관광객의 지갑을 털겠다는 대규모 인공시설이 먼저가 아니라, 산·수·토·석·목·기(山·水·土·石·木·氣)의 훼손방지와 오염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부터 시작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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