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적으로 옛길 복원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해남군도 땅끝천년숲길 조성을 가시화하고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군은 땅끝천년숲길 조성을 위해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총 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수록 빨라져만 가는 현대화의 물결은 잠시도 인간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길을 가다 멈추면 당장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F1대회 등은 이런 스피드 경쟁의 집결판이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이와는 반대로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고, 잠시 서서 삶의 여유를 완상할 수 있는 느긋한 길이 있다면 얼마나 윤택해지랴.
땅끝천년숲길은 인간만을 위한 길이어서는 안 된다. 무수히 많은 동물도 그 길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땅끝의 다양한 식물들도 그 길과 함께 해야 한다. 가급적 인위적이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라야 살아 있는 길이 되고 가치가 있는 길이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옛길 복원은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갈수록 자연으로부터 멀어져만 가는 현대인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기에 땅끝천년숲길은 다분히 문화적인 측면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옛길을 조성하겠다면 퓨전이 아닌 정통식의 옛길로, 개발이 아닌 복원 중심으로 조성해야 한다. 용두사미격으로 시설 투자에만 모든 예산을 집중시키고 그 이후의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칫 외면당하고 버려진 길이 되기 쉽다. 한번 보기 좋은 쌈박한 것이 아니라 진득한 전라도의 맛을 담은 길이어야 한다.  
사람이 도보로 걸어야 하는 길은 포장도로가 아니다. 포장도로는 구르는 자동차 바퀴에 맞춰 만들어진 길이다. 옛 냄새가 나는 땅끝천년숲길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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