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해남읍 구교리)


물수제비 놀이가 있다. 신나게 돌을 던지며 몇 번 날게 하였는지 호들갑떨면서 재미있어 하지만 물속의 생물들에게는 비상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몸부림이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도 당당하게 자랑한다.
누가 돌을 던졌는가? 그러면서도 생존이 걸린 문제로 몸부림치는 이들을 향하여 갈등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4대강을 벌집쑤시듯 헤집어 놓고 이제는 이정도 진척이 되었으니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하는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갈등은 피할 수만 있으면 좋다. 그러나 온전히 피할 순 없다.
가끔 ‘갈등을 피하자…’고 하는 말은 듣기는 좋은데 상대방의 말을 억누르는 경우가 되고 만다. 할 말은 하게 해야 된다.
갈등을 핑계로 할 말 못하게 막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외람되게 해남군민의 일원으로 달콤하지 않은 소리를 하고자한다.
애초 아무 일이 없던 평화로운 해남 땅에 핵발전소로 갈등의 불씨를 던진 이는 한수원이었다. 그가 갈등의 최초 원인제공자다.
그래서 동시에 갈등해결 책임자다. 한수원에 물어보니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 한다. 공식적으론 말을 안 하고 입 다물어 버린다. 단지 해남에서 요청이 있었다는 애매한 뒷말을 흘린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책임감 있게 어떠한 과정으로 어떠한 요청을 했다는 사람도 없다. 한수원과 함께 갈등을 제공한 책임자가 사라지고 핵발전소만 해남을 망령처럼 뒤흔들고 있다.
여러 차례 해남군민들은 핵발전소를 반대했고 저지했다.
그 사실이 뒤바뀔만한 일도 없었다. 누구하나 새롭게 군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공약으로 제시한 일도 없었다.
근데 어찌 된 건가. 누구 맘대로 누구에게 물어보고 한수원에 핵발전소를 요청했단 말인가? 찬반 여부를 떠나 이건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군민 너희들은 우매해서 뭘 모르고 나만 똑똑하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숨어서 하는 일은 대개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때다. 이익을 계산하면서 숨어서 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이에게 말한다.
옳건 그르건 군민에게 물어보는 게 먼저 할 일이다. 나타나라. 군민 앞에 정확하게 얼굴을 내밀고 내가 내 멋대로 요청했노라고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갈등을 피하려면 갈등의 진원자에게 물어야 한다. 갈등을 뻔히 예상하면서 군민을 무시하고 그걸 불러들였으면서, 반대한다고 지역갈등을 조심하라고? 좀 뻔뻔하지 않은가. 갈등이 진짜로 걱정된다면 지금이라도 포기선언을 하면 된다. 고요한 물에 돌을 던지지 않으면 된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중립인 척, 갈등을 걱정하는 척 하면서, 은근히 찬반을 같은 저울대 위에 올리는 기회주의적 언론을 포함한 호사가들, 지난날 적극 반대했으나 지금은 달라졌다는 선배들의 얼굴이 밉다.
또한 달랑 한 장짜리 공문서에 신청서 양식 보내놓고 군민을 설득하라는 한수원을 향하여 따끔한 한마디 못하는 군민의 대표자들이 밉다.
그냥 반송해 버리면 될 터인데, 조용히 1800원 우표 붙여 빠르게 한수원으로 보내면 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해남군이 안쓰럽다. 지금 해남에 갈등은 없다. 갈등이 있다면 핵발전소를 해남에 건설하려고하는 한수원과의 갈등이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