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걸(시인·언론인)


우리 고장이 원전(原電)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다시 한 번 국민적 평가에 내몰린 꼴이다. 지자체장 선출과 관련, 거듭된 ‘선택적 오류’로 인해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정치적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고장 주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굳이 ‘시험대’라는 표현을 쓴 이면에는 그간 ‘돈정치’를 주도해오면서 우리 고장의 명예와 자존심을 땅바닥에 내팽개친 몇몇 정치인들에게 농락당한 저간의 속사정이 함축돼 있음에서다. 돈에 팔려 명예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내던졌던 지난날의 ‘도덕불감증’을 우리 고장 주민들이 더 이상 떠올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필자는 “선산을 팔고 후손의 앞날을 담보로 팔려가는 당나귀가 되기 싫어…”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막고자 하는 ‘해남참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다. 돈(경제)을 앞세워 고향을 판 인물들이 종내에는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떠난 것을 누누이 봐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8년 6월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 서울생활을 어렵사리 접고서 무너져가는 생가를 복원, 고향에 정착했다. 이른바 귀향의 연착륙(延着陸 soft-landing)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의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서울공화국’을 탈출한 근본적인 동력은 과연 어디서 연원한 것일까?
  필자를 단숨에 귀향으로 이끈 최대의 동력은 바로 우리 해남만이 지니고 있는 청정(淸淨)한 대자연, 그 자체였다. 거기다가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인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결과였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요, 자연에의 회귀라고나 할까. 잘 알다시피 청정한 대자연은 이제 21세기 최고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결론은 자명해진다. 우리 고장이 지닌 천혜의 자산인 최대의 발전 동력, 최고의 경쟁력을 무작정 차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얘기다. 필자가 원전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소모적 논쟁으로 치부하는 소이다.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자기 고향을 난개발로 이끈 ‘박정희식 오류’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온갖 공해지역으로 전락한 구미공단이나 온산공단 등이 그걸 웅변으로 증명해주었지 않은가!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우리 고장에다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하늘이 주신 천혜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훼손해서는 결코 안 된다. 왜냐하면 해남이 소유한 최고의 경쟁력, 최고의 자산 가치는 바로 무공해지역이라는 청정한 대자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해남은 도시의 상징인 ‘서울공화국’에 맞설 대표적인 ‘청정공화국’으로 남아야 한다. 우리 해남의 이미지 또한 아기집(子宮)과도 같은 원융(圓融)한 식물성에 있다. 이청준, 김지하 등과 같은 여러 문학인들이 창작의 산실로 삼고자 했던 이유도 의당 그러했다. 지역이미지가 광물성 혹은 동물성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원전은근본적으로 땅끝-해남의 디엔에이(DNA)와는 맞지 않다.
  끝으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께 들려드릴 말씀이 하나 있다. 그것은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다. “자기보다 어린 젊은 세대들을 두려워하라”는 이 말은 곧 당대의 삶보다도 미래의 주역인 후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뜻과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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