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옥천용동농민교회 목사)


강의 가치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정해지지 않습니다. 강에는 플랑크톤과 수초, 물고기와 철새 같은 수많은 생명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삶의 자리입니다. 강의 신비는 반짝이는 여울에서 더욱 빛납니다. 흐르던 물길이 여울에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 표면적이 넓어지며 공기 중의 산소를 품게 되어 물이 맑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여울을 천연정수기라고 합니다. 돌상어, 쭈구리, 쉬리 등 한국에만 있는 희귀 물고기들이 여울에 터전을 잡고 있고 모든 여울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모든 여울과 모래톱을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여울 물소리는 생명의 노래입니다. 여울을 파괴하여 수로로 만드는 건, 물고기만이 아니라 한국을 찾아오는 철새를 내쫒는 생명 파괴의 재앙입니다. 철새는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 잠수성 오리와 얕은 곳에서 머리만 물속에 넣어 바닥의 수초뿌리와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사는 수면성 오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의 94%는 수면성 오리입니다.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 202호 두루미, 205호 노랑부리저어새 등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면 더 이상 이 땅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2000마리 이상의 큰고니가 찾아오던 강릉 경포호에는 몇 해 전 준설 후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팔당대교 아래 여울에는 많은 고니가 찾아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여의도 앞에는 팔당대교에서 10분 거리지만 고니가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준설하고 보를 세우면 고니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강을 죽이는 사업입니다. 4대강의 생명들은 우리가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강 19개, 금강 24개, 낙동강 32개, 영산강 32개 도합 107개의 습지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습지도 수심이 높아져서 이후에 습지 역할에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보다 100년 앞서 강을 수로로 만든 독일과 스위스는 최근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로와 제방을 없앴습니다. 강을 수로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홍수를 발생시키고, 지하수 고갈과 생태계 파괴를 유발한다는 뼈아픈 경험의 결과입니다. 독일의 경우 이자르강 289킬로미터 중 8킬로미터 복원을 위해 10년을 준비하여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공사 구간 634킬로미터를 환경 영향 평가 4개월 후 22조가 넘는 사업을 2년 안에 완료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수로와 제방을 철거하는 세계의 추세와 달리 준설과 보를 세웁니다. 역행도 이런 역행이 없습니다. 정부와 토건업체의 굳건한 연대 속에 기성 언론의 침묵 역시 견고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4대강의 비전은 여의도와 잠실 앞의 한강입니다. 손도 발도 담글 수 없고, 사람과 강이 단절된 곳입니다. 덴마크의 브리드강과 스위스의 투어강, 미국의 키시미강 등은 운하나 직강화 한 곳을 다시 복원하고 친수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MBC는 피디수첩을 12월 22일 KBS에서는 두 번의 불방 끝에 4대강에 대한 [추적60분]을 방영하였습니다. 강주변 농경지 침수, 폐기물더미에서 나온 중금속과 발암물질, 정부와 경남도 간의 정밀조사 수용여부 등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대화와 합의를 주문했습니다. 국회는 무료급식 삭제 4대강사업 9조3300억을 포함한 예산안을 날치기하면서 친수구역특별법(제방에서 2킬로미터 이내의 개발권을 수자원공사에게 준)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팔당에서의 생명평화미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4대종단 연대회의 투쟁도 지속됩니다. 4대강 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사에 대한 감시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입니다. 우리가 행동해야 희망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감시하고, 답사하고, 투쟁하고 기도합시다. 행복과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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