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안보이면 가슴이 철렁


“물안개가 피어나는 영암호의 아침을 보신 적이 있나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하늘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영암호 지킴이로 알려져 있는 채규환(52)씨는 해남지역 동물 보호활동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불법 수렵을 감시하고 영암호를 찾는 각종 철새들의 관찰과 보호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영암호에서 겨울을 나는 새의 종류와 습성, 마릿수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채 씨가 동물보호 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자연사랑메아리(이하 자사메) 회원으로 활동하면서이다. 자사메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지난해부터 영암호 지킴이를 자청했다.
영암호 지킴이로 채 씨가 우선 하고 있는 일은 각종 철새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창오리와 검독수리, 독수리, 황새, 가마우치 등 천연기념물 종류와 마릿수를 관찰하고 있는데 현재 가창오리는 하루 평균 30만 마리가 영암호를 찾고 있고 많을 때는 40~50만 마리까지도 관찰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관찰되던 천연기념물들이 보이지 않을 때 가슴이 제일 아프다고 말한다.
현재 가창오리를 제외한 천연기념물 중 독수리가 5마리, 검독수리 3마리, 황새 5마리, 고니 2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는데 이중 독수리 2마리와 검독수리 3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나 불법수렵과 독극물이 뿌려진 낱알을 먹고 죽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는 그는 엄청난 넓이를 자랑하는 영암호를 하루 2차례 이상 곳곳을 누비며 흔적 찾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채 씨가 영암호에서 하는 일은 불법밀렵과의 전쟁이다.
수렵이 해제된 영암지역 엽사들과 해남지역 일부 엽사들 그리고 유해조수 포획이 풀어진 몇 군데 지역 엽사들이 몰리면서 총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을 정도로 불법 밀렵이 심각하다는 채 씨의 말이다.
이밖에 매년 60∼70건씩의 철새 구조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데 신고 접수 후 출동해 병들거나 다친 철새를 구조하고 치료한 후 건강이 회복되면 방사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하루 이동거리가 300~400km에 이른다는 그의 말에서 보통 신념으로 영암호를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철새들의 먹이 확보와 서식환경 정비는 철새들에게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중단할 수 없다는 그는 영암호 지킴이로서 역할을 언제까지나 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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