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집에 온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


13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읍 백야리 이정기씨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노심초사, 살얼음판이다.
6마리로 시작해 130여 마리가 되기까지 20여년, 이 씨에게 소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축사 문 걸어 잠그고 매일같이 방역하고, 심지어는 해남읍도 나가지 않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 씨는 자식처럼 키워온 소인데 라며 구제역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한 달여 동안 계속되고 있는 구제역으로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구제역 감염에 대한 불안과 함께 소를 출하해야 사료 값도, 살림도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씨는 20년 동안 소 키우면서 이번처럼 맘고생 몸고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구제역이 빨리 끝나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 씨 농장의 130두의 한우도 구제역백신을 접종했다. 구제역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춰야 했지만 부부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 해남한우협회 민경천 회장과 회원들이 백신접종을 도와주겠다고 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백신접종으로 구제역 감염우려는 한시름 놨지만 백신접종 때문에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살도 찌지 않고 임신우들의 유산도 우려 돼 노심초사하며 며칠을 보내야 했다.
구제역 감염우려는 축산농가 자녀의 결혼식도 미루게 하고 있다.
해남한우협회 민경천 회장은 다음달 27일로 예정됐던 아들의 결혼까지 미뤘다. 행여나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로 인해 구제역이 유입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민 회장은 아들과 며느리에겐 미안하지만 구제역이 완전히 끝나면 결혼식 날짜를 잡을 계획이란다.
한우, 돼지 사육 농가들에게 요즈음 가장 무서운 것이 하나 생겼다. 농장내 외부인들이 방문하는 것이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것이다.
해남 축산농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구제역이 끝나기를 바랄뿐이다.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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