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인해 돼지고기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올 설엔 삼겹살도 맘 놓고 못 먹을 판이라는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철 특수라고는 하지만 재래시장의 제수용품 인상도 들썩이고 있다. 이래저래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만 힘겨운 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여름손님보다 구제역 따라오는 손님이 더 무섭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비단 축산 농가만의 일이 아니다. 대규모 가축의 폐사와 살처분은 곧 해당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전체 경기가 침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야말로 도미노 게임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몇 백만 마리를 살처분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에 대해 몸서리가 쳐진다. 인간에게 사육당하는 생명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일까. 생매장 당해야 하는 가축들의 비명과 몸부림에 인간은 그저 외면만 하면 되는 것인가. 여러 악재가 겹쳐 차분하지 못한 명절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고 했다. 눈 속에서도 매화의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르고, 붉은 동백은 피어오른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떼는 움직이지 않던가.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외로운 이들을 찾아 선물을 전달했다는 훈훈한 미담 사례가 들려온다. 분명 우리 사회엔 따뜻한 가슴들이 꽃이 필 봄을 준비하고 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한 사람들이 있어 우리 지역의 체감온도는 높다.
그래도 명절이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져도 마음까지 얼게 하지 말자. 이번 설은 차분히 생명과 이웃 모두의 존재 가치를 생각해보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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