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야구단 1승이 목표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1월 20일 개봉됐다. 영화 ‘글러브’는 144분 전체 관람가 등급으로 네이버 사이트 네티즌 리뷰 평점 9.19점을 기록했고,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청각장애인 고교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개봉 5일만에 5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연일 관객수를 갱신해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에게 영광은 한 때의 일이었다. 그는 음주와 싸움을 일삼는 사고뭉치 ‘먹튀’로 전락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그를 위해 매니저인 철수(조진웅)는 어렵사리 이미지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온다.
청각장애자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코치 자리다. 실력은 없고, 교체할 선수도 없을 만큼 적은 선수에,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잡지 못하는 이 아이들은 전국대회 1승이 목표다.
상남은 아이들의 불가능한 도전을 무시하지만, 곧 그들의 모습에서 야구에 미쳐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결국 야구부의 1승을 돕기로 한 상남은 먼저 중학생 시절 최고의 투수였으나, 청각을 잃어버린 후 야구를 포기한 명재(장기범)를 설득하는 일에 나선다.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에게 ‘글러브’는 첫 스포츠영화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 이전에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글러브’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이끼’ 등의 전작에서 남성간의 갈등과 의리를 그려온 그는 상남과 아이들 또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다.
대입이 가장 쉬운 영화는 ‘실미도’일 것이다. 코치와 선수인 이들의 관계는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고, 그들의 몸을 단련시키고, 급기야 그들을 위해 다른 이들과 맞서게 된다는 점에서 ‘실미도’ 속 김재현 준위(안성기)와 대원들 관계와 흡사하다. 물론 과정이 같을 뿐, ‘글러브’는 제 목소리를 찾는 장애인의 모습을 통한 희망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상 누구나 이미 경험했을 법한 감동의 서사다. 강우석 감독 역시 새로움에 대한 욕심 없이 그 지점을 정공법으로 짚어낸다. 그만큼 많이 봤고, 희망과 용기를 말하는 것은 어딘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미워할 구석 없는 감동을 주는 영화다.
<씨네21> 이화정 기자는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는 야구영화와 성장영화의 무리 없는 조합이다. 어른이지만 말썽꾸러기 악동 같은 김상남,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내 한 몸 건사하느라 악전고투하며 세상의 편견과 고통에 일찌감치 익숙해져버린 어른스러운 10대 소년들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껄렁껄렁한 상남 역의 정재영이 영화를 장악하는 매력을 자랑하고, 장기범, 김혜성, 이현우를 비롯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을 연기한 소년 배우들의 싱그러움 역시 그 못지 않다.”고 말한다.
‘웰컴투 동막골’, ‘김씨 표류기’ 등에서 유감없는 개성을 보여준 배우 정재영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올 설날 가족과 함께 ‘글러브’의 감동에 빠져보자.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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