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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 100만원이라는데 돈 궁리에 끙끙
옥천 이목리 노인정은 20여명의 식구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한 집 식구들이다보니 말썽이 나지 않고 불만도 없고, 누가 누구를 서운해 하지도 않는다.
오전 9시30분부터 마을노인정에 모이기 시작해 저녁9시까지 점심도 저녁도 한솥밥을 먹으며 하루의 절반을 함께한다.
각자 농사지은 쌀 조금씩 가져오고 노인정 김장김치 따로 담아놓고 가끔씩 시장에서 반찬거리도 사다 해먹으니 걱정이 없단다.
기름값 아끼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한방에서 지내고 저녁식사 후인 6시경 할아버지들이 먼저 집으로 가고 할머니들은 9시까지 TV 실컷 보다 각자의 집으로 간다.
하루종일 TV보고, 이야기 하고, 허리도 지지고, 운동도 하니 하루가 금방 가버린단다.
이목리 노인정에선 화투놀이가 없다. 나이들도 많거니와 처음부터 화투놀이를 배우지 않아 칠 줄을 모른다.
장에 갔다 온 이야기, 연속극 이야기, 마을대소사 의논만으로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란다.
이목리 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식구라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목리 마을 주민 수는 아무리 세어 봐도 25명, 모두가 70세 이상 노인회원이다.
70세 조옥현 이장과 김개남 부녀회장이 마을의 막둥이다. 아무리 시골마을이 고령화됐다지만 이목리 같은 마을은 없다.
77세의 서상우 노인회장은 다들 나이 먹어 농한기엔 뭐 특별하게 할 일도 없어 매일같이 회관에서 함께 살다보니 한식구나 진배없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이장을 맡았던 최흥채(75)씨는 서로 의지하며 살다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함께 나선다며 이목리 같은 마을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요즘 이목리 노인정의 최대 고민거리는 며칠 전에 고장 난 냉장고이다.
매일 같이 밥해먹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냉장고가 고장 나 버렸으니 보통 고민거리가 아니란다. 새것을 사려고 알아봤더니 100여만원이라 쉬이 결정도 못할 판이다.
사기는 사야 하는데 누구하나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을주민들 모두 해봐야 25명에서 거동이 불편한 5~6명을 제외하면 20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단다.
또 며칠 전에 보일러가 고장 나 그동안 모았던 마을 돈도 다 써버린 상황이라 더욱 애가 탄단다.
이목리 노인정은 향후 시골마을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박성기 기자/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