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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해양사박물관·땅끝조각공원·땅끝농원
여성의 나신은 고대사회부터 미술의 소재였습니다.
고대사회의 여체는 다산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나타나는 여체는 가슴과 엉덩이, 불록한 배가 상징이었지요. 현대적 기준으로 본다면 정말로 형편없는, 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체조각상이지요.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표현한 여체 그림이나 조각들은 완벽한 미를 자랑합니다. 팔등신 미인이지요. 그러나 이때 등장한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비너스 상입니다. 여신이 아닌 여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당시 시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지요.
19세기 들어 일대 혁신이 일어납니다. 여신이 아닌 인간의 여체가 작품 속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입니다.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현실속의 발가벗은 여인이 그것도 관객을 빤히 처다 보고 있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사회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당연히 이 작품은 살롱전에서 낙선을 하게 되고 낙선된 작품들만 모아 전시된 낙선전에서도 숱한 항의와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마네의 작품은 근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됩니다. 여성의 나체를 자연 앞에 스스럼없이 내놓아 자연의 본위에 걸맞은 인간성을 추구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당당하게도 지금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근대 이후 여체는 숱한 작품의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림에서부터 조각, 사진, 도자기 등 표현 소재도 다양합니다. 또한 여성의 엉덩이만을 조각하는 화가도 있고 여체 퍼포먼스도 등장했습니다.
여체를 놓고 세속적이라는 사고를 가진 것 자체가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는 것이지요.
해남에서도 여체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땅끝조각공원에 있는 작품 대부분이 여체 조각상입니다. 이곳의 여체 작품들은 너무도 사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정면상이 아닌 측면 또는 뒷면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특히 뒷면에서 바라보면 엉덩이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근육이 여체를 더욱 풍만하게 만들고 관람자에게 팽팽한 긴장감마저 안겨줍니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도 여체 조각상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구입한 여체조각상은 나무로 만든 것입니다.
나무의 결과 나이테가 나신들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고 건강미까지 안겨줍니다. 자신의 몸을 당당히 내놓으면서도 무척 부끄러운 듯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 모습 때문에 작품 속 여인이 더욱 신비스럽고 무척 요염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이기보다는 요정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농염한 작품도 있습니다. 남녀 간의 성 행위 작품입니다. 육감적인 여성의 자태와 한껏 뒤로 젖힌 모습이 너무도 농염합니다.
남녀간의 성 행위도 작품의 소재가 됐습니다.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신윤복의 춘화가 유행한 것을 보면 남녀 간의 성 행위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주제인가 봅니다. 특히 남녀간의 성 행위는 현대문화의 화두로 당당히 등장했습니다. 경남 합천의 성조각예술원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제주도 러브랜드가 주요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은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 있던 여체상들은 오는 3월6일까지 땅끝조각공원 내에 있는 ㄱ미술관에 전시됩니다.
고천암에 위치한 땅끝농원(대표 박종부․이경림) 정원에서도 여체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구입했다는 이 작품들은 인간이기 보다는 여신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나무로 조각된 이 작품들은 신비스럽고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또 매우 이국적이지요. 그러나 살포시 감은 눈 때문에 느낌은 동양적이지요.
땅끝농원 정원은 그야말로 미술관입니다. 개인집 정원에 이렇듯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전시된 경우는 우리지역에선 매우 이례적이지요. 정원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고천암 들녘과 호수 그리고 다양한 조각상들, 한번 둘러볼만한 곳입니다.
입춘이 지났습니다. 날씨가 풀리면 여체 나들이를 권해봅니다. 땅끝해남에도 아름다운 여체상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