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우리는 혹여 문화적 사대주의 속에 사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겐 늘 가까이 있는 것을 홀대하는 버릇이 있다. 정작 눈앞의 보석은 못보고 남의 손의 돌만 보석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흔히 해남을 얘기할 때 원석에 비유를 한다.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 다듬지를 못했다는 말일 것이다. 해남은 유무형의 소중한 자산들이 널려 있다. 과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와 같다고 했다.
장흥이 소설의 고장이라면 해남은 시의 고장이다. 그만큼 배출한 시인의 수도 많지만 문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시인들 또한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해남을 찾은 관광객들은 해남의 광활한 땅에 놀란다. 그리고 다 꼽기도 어려운 시인의 숫자에 놀란다. 그러다 막상 그 시인들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하면 그 넓은 땅에서 어디를 향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만 한다.
지난해에 제기되었던 땅끝순례문학관 건립 문제가 2011년 군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폐기 됐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는 문화의 힘을 과소평가한 처사이다. 땅끝순례문학관은 해남의 문화적 가치를 알려내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시인들의 시세계를 한곳에서 접할 수 있도록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란 인간이 이룩한 인간의 숨결이다. 자연경관만 빼어나다고 해서 사람이 찾는 것은 아니다.
그 위에 인간의 아름다운 숨결이 더해졌을 때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에 땅끝순례문학관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해 본다. 문화의 힘은 해남 브랜드와도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이탈리아는 조상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조상이 이룩한 문화유적을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해남이 가진 문화적 자산은 시이다. 윤선도․김남주․고정희 시인 외에는 딱히 생가가 관리되고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시인들의 생가가 어디에 있는지 이정표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다. 생가 보존에도 군이 신경을 써야 한다.
해남이 농업군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농사만 잘 짓는다고 해서 해남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문화가 함께 공존할 때 해남은 가보고 싶은 곳이요, 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청정이라는 말은 해남 앞에만 붙는 수식어가 아니다. 모든 군단위 지자체가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해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의 힘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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