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나는 지난 설 연휴를 이용하여 내 정치인생의 사표가 되는 <김대중 자서전>을 읽었다.
사전에 ‘자서전’이란 ‘자기가 쓴 자기의 전기’라고 나와 있다.
즉 자서전은 개인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자서전의 속성 때문에 재벌의 자서전은 사업성공의 스토리가 주류를 이룰 것이고, 학자라면 자신이 개척하여 이룩한 학문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자서전>은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는 해방 전후사에서부터 2009년까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을 정치사를 중심으로 기록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우리 국민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였는가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사가들의 지적이 맞다면 이 땅에 피와 고난과 공포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국민은 <김대중 자서전>을 필독하여 깨어있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자서전>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읽어서도 안 된다. 자서전에 기록된 사건이나 정책이 아직도 진행 중이거나 신문이나 방송 등에 자주 거론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 ‘DJ비자금 거짓 주장 J모 의원 벌금 300만원’이라는 신문기사 제목 역시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는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서 그의 사상과 학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동서고금을 통해서 인류가 추구했던 보편적 가치 즉 인권, 복지, 평화는 <김대중 자서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감옥에서 읽은 600권이라는 방대한 독서의 영향이 아닐까? 특히 요즘 여야간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는 ‘복지’가 10년전 김대중 정부에서 다져놓은 복지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음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복지는 시혜가 아니고 권리라는 정책의 신선함을 우리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가 원수로써 국빈 방문 시 방문국 지도자나 언론과의 대담, 또는 정책에 대한 연설이 얼마나 많이 행해졌으며 감명을 주었는가는 자서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또 세계 각국의 대학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했던 연설이나 세미나에서 나의 정치적 맨토가 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뛰어난 학문과 사상을 엿볼 수 있음을 나는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또 고향 호남과 호남 사람을 사랑하고, 태어난 땅 작은 섬 하의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고향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사형수로 복역 중이던 청주교도소에서 12시간 동안 1만 4천자를 봉함엽서에 깨알처럼 쓴 편지의 정성과 사랑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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