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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열정이 넘치는 30여명의 노인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문화도 향유하고 심신을 닦는 서예와 사군자를 배우려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해남노인종합복지관 사군자 교실, 올해로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군자 교실은 교실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정원을 초과한 30여명의 수강생들이 북적이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의 강좌 시간. 노인들만의 여유와 유머가 가득하다. 서로간의 작품을 비교하며 칭찬이 이어지고 “자네 하산해도 되겠네”, “밥은 빌어먹고 살수 있겠네”라며 애정 어린 농담이 오간다.
올해 처음 입문한 노인 학생들은 기초반, 2~3년차 학생들은 기성반으로 나눠 교육이 이뤄지는데 매화와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를 한 획 한 획 그리는 열정이 대단하다.
이 강좌는 조근환(78)씨의 열성적인 강의시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누가 이렇게 난을 치라고 했습니까”라는 강사의 질타에 수강생은 쩔쩔 매지만 옆의 동료들은 재밌다며 껄껄 웃는 속에 조 강사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모든 수강생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노인회관 사군자 교실에 대한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즐길 수 있는 문화 중 서예와 사군자가 으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수강생의 말처럼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경험과 지식 그리고 몸으로 실천하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이다.
조 강사는 사군자는 옛날 사대부들이 마음을 정화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 시작된 것인 만큼 노인들의 심신단련에 더할 나위 없음을 말한다.
조 강사는 사군자는 그림 설명이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한학도 가르친다.
노인회관 사군자교실은 노년의 강사와 70~80세의 학생들의 열정 때문에 도전이나 남농미술대전, 소치미술대전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9일 사군자교실은 노인 학생들의 숙제 검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숙제를 놓고 강사는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한다고 질타하고 강의를 열심히 들어 제대로 된 난을 그렸다며 칭찬도 한다. 그 어떤 말에도 애정이 듬뿍 들어있다.
사군자교실이 어찌나 재밌고 유익한지 수강생들은 신입 학생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학생수가 많으면 강사가 그 만큼 힘이 들것인데 수강생들은 강사야 힘이 들든 말든 너무도 좋은 강의를 친구와 나누고 싶어 수강생들을 데려오고 또 데려온다.
민경완 관장은 노인종합복지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 그 중 사군자 교실에 대한 노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이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삶, 노인복지관 사군자교실의 풍경이다. 취미든 심신단련이든 무언가 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우리지역의 건강한 노인문화가 숨 쉬고 있었다. 김희중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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