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이는 촉망받는 딸이었다. 언제나 밝고 열심히 살았던 큰 딸. 이화여대와 대학원을 졸업했던 희경이는 우리 부부의 기쁨이었고 자랑이었다. 한국통신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는 등 언제나 연구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딸이었다.
그 딸이 아프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을 때 우리 부부는 절망했다. 그러나 희경이는 꿋꿋이 병을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온전히 이루지 못함을 안타까워했을 뿐. 우리 딸은 그렇게 떠났다.
딸이 떠난 후 우리 가족은 희경이가 안타까워했던 온전한 삶을 지역의 아이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지역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바로 희경이의 바람이라 여겼다.
11년 전 홍희경씨가 떠난 후 그의 아버지인 홍두표(전 군의회 의장)씨는 6000만원으로 홍희경 장학회를 설립했다.
11년째 이어오는 장학사업은 첫해 12명의 학생들에게 총 500만원을 지원한데 이어 2회째는 880만원을 지급했다.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대폭 인하되면서 지급 총액이 줄어들었지만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북일 기독교 가정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1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14명에게 총 46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북일중앙교회에서 있었던 장학증서 수여식에는 고 홍희경씨의 지인들이 1120만원의 장학금을 보태왔다. 고인이 태어나고 자란 북일 지역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서 설주일 목사는 장학회를 통해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지역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큰 인물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홍희경 장학금은 북일지역 교회의 추천을 받아 매년 선발하고 있다.
딸이 꿈꿨던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버지가 설립한 장학회. 북일지역 학생들의 꿈의 요람이자 지역의 희망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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