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서울 있을 때 동생이 해남서 온 언니를 위하여 극장을 데리고 갔다. 어떤 영화 보겠냐고 물었는데 영화를 자주 접하지 못해서인지 선택할 수 없었다.
동생이 3D영화 본적이 있냐는 물음에 작년에 아바타를 보기는 했으나 목포에는 3D극장이 없어서 아쉬웠던 터라 3D영화를 보겠다고 했다.
‘걸리버 여행기’라는 영화였다. 스토리야 어릴 적부터 들어온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난 영상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이라는 기적적인 존재! 이런 경지까지 도달했다. 그런 나와 달리 동생은 시큰둥했다. 나의 별로점은 낮았고 더 멋진 영화들을 자주 접하는 동생의 별로점은 높았던 것이다.
밋밋하고 별 자극거리가 없는 해남에서 사는 나는 서울거리만 돌아다녀도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작은 자극에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별로점을 가지고 있다.
0에서 10까지 있다면 나의 별로점은 낮다. 어떤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이 별로라고 느낀다. 큰 차나 큰 집, 아니면 로또나 당첨되어야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별로점이 높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웬만한 작은 기쁨 가지고는 다 “별로”이다.
사람이 얼마나 물질을 소유하고 명예를 누리느냐가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주관적인 감정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별로점을 결정하는 감정인 기쁨과 슬픔은 이상하게도 세트메뉴처럼 붙어 다닌다고 한다.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행복이 오길래 반갑게 얼른 문을 열어주었더니 불행이라는 동생이 따라 들어오며 우린 한 몸으로 같이 다닌다고 했다던 말이 떠오른다. 슬픔을 강하게 겪은 사람은 작은 일에서 감사와 기쁨을 느낄 줄 안다.
사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능력을 가지려면 슬픔도 달게 감수할 일이다. 삶을 풍부하게 살려면 자매 중 누구만 오라하고 누구는 막지 못하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팔딱 팔딱 맥박이 뛰고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지려면 별로점을 낮추고 작은 것들을 느끼려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슬픔이라 할지라도 담담히 수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너무 적고 그래서 우리의 모습은 진짜 우리의 모습보다 훨씬 작다” 고 누군가 말했다. 별로점의 핵심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가진 한계 안에서 그것들을 소중히 하고 내 것 안에서의 행복을 찾아 가는 것이다.
비교는 필연적으로 상실감을 가져온다. 자신보다 조금만 나은 사람을 보면 축복보다는 먼저 어쩐지 불편해지고 ‘이 정도면 괜찮아’ 하다가도 자신이 가진 것들이 갑자기 초라해진다.
갈수록 세상사가 시큰둥해지면 자신의 에너지가 나의 행복을 찾는 긍정적인데 있지 않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빈곤에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도 삶을 굴곡지게 겪다보니 슬픔이라는 심리적 감옥에 있을 때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체험하였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 선을 그었다. 미워도 하지 않고 잊고 살고자 했다. 슬픔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게 억압되는 감정은 어떤 것도 별로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얼굴은 무표정이 되었다.  
나를 향해 두 팔 벌리고 있다고 굳게 여겼던 세상이 마음먹기 하나로 벽이 되었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만든 벽이 나를 가두고 만 것이다. 슬픔은 슬픔대로 느끼되 적게 느끼려 하고 기쁨은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슬픔을 중화하는데 필요한 것임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끌어내리려 하는 사람이나 내게 아픔을 준 사람에게조차도 선을 긋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있음’의 경탄스러움을 즐기며 생을 향유할 수 있음을 이제야 조금씩 자각 해간다. 날마다 같은 일상의 반복 같지만 이미 오늘의 그 어떤 것도 어제의 그것이 아니다. 풀잎 한 가닥도 같지 않다.
며칠 전 지인이 단순 반복노동인 봉투작업을 함께 하면서 “이 세상이 날마다 같은 것 같아도 새롭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는 말을 했다. 당연한 그 말이 나를 다시 일깨운다.
과거에 날 잃지 않고 미래에 나를 버리지 않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난 별로점을 낮춘다. 봄 햇살에 경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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