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건조한 봄철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업인들은 심란하게 헝클어진 논․밭두렁을 바라보면 깨끗하게 태우고 개운한 마음으로 한 해 영농을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밭두렁 태우기가 산불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남소방서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15일 현재까지 발생한 화재는 300여건으로 이 중 50% 이상이 논․밭두렁 태우기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산불은 몇 십 년 애써 가꾼 산림을 일시에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파괴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사소한 인간의 실수가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불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연약했던 인간은 이 불을 이용해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고 문명을 창조했으며, 그 결과 동물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의 소유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환경적인 차원에서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농촌에서 봄철에 논․밭두렁을 태우는 풍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밭두렁에 월동하고 있는 해충의 알을 태워 죽이려는 살충의 의미와 새 풀이 잘 돋아나 논․밭두렁이 허물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차원으로 행해져 왔다. 그러나 살충의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추세이다. 해충의 천적까지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득이 태워야 할 처지라면 해남군이나 읍면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소방관의 통제 아래 불을 피워야 한다. 지금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조그만 불씨에 의해서도 산불은 발생할 수 있다. 등산객들 또한 라이터 등을 소지하지 말아야 하며, 운전자들은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전 군민이 모두 나서서 산불 없는 해남을 만들자.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