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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홍(삼산초 전문상담인턴교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새학기다. 날씨만 죽 끓듯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새 학년을 맞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오락가락이다. 교실도 바뀌고, 선생님도 새롭고, 반 친구들도 달라진 낯선 환경에 아이들도 잔뜩 움츠러든다. 새 학년을 맞은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그려보고, 짧은 글로 써보라고 했다. 새로운 학교생활이 재밌고, 행복하다고 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복잡한 마음을 표현한 친구들도 많았다.
첫 만남이 그렇듯 학기 초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보이지 않는 탐색전이 벌어진다. 소위 말해서 서로 ‘간 보기’를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깐깐하진 않을까? 공부는 어려울까? 친구들 마음은 어떨까? 아이들은 기대 반, 긴장 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몇몇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새 담임선생님께 전달되지 않았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작년에 선생님한테 찍혔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잘 하려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혹시 새 선생님도 저를 이상하게 볼까봐 걱정돼요.”
새 출발을 결심한 학생에게 ‘문제아’라는 낙인은 절망스럽다. 그래서 아예 보란 듯이 문제아 행세를 하기도 한다.
학년 초에 어느 교장 선생님이 시험 삼아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첫 번째 교사에게는 “천재적인 학생들을 가르치게 돼 기대가 큽니다.” 두 번째 교사에게는 “보통수준이니 그 정도의 기대만 하겠습니다.” 세 번째 교사에게는 “별 볼일 없는 학생들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도록 했다.
학년 말이 되자 첫 번째 그룹은 높은 학업성취도를,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보통의 성적을,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사실 처음 세 그룹의 학생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교사의 기대와 자세에 따라 학생들의 결과가 달라졌던 것이다.
문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일수록 ‘문제아’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시각을 바꿔보기 바란다. ‘지적질’만 할 게 아니라 내면의 힘이 생길 때까지 장점을 키워주고, 작지만 성공경험들을 차곡차곡 쌓게 하자. 그렇게 길러진 긍정적인 모습들이 어느새 부정적인 모습을 덮고도 남을 것이다.
학년 초에 받는 스트레스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초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1년이 편하다는 생각에 잔뜩 신경이 곤두선다.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는 왜 그리 많은가? 거기다 가정방문도 챙겨야 하고, 찾아온 학부모들과 간략한 상담도 해야 한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힘을 얻다가도 어쩌다 간혹 예의를 상실한 학부모께서 자기 아이에 대한 요구만 잔뜩 늘어놓을 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긍정적인 변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교사-학생-학부모 저마다 처지는 다르지만 학교에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새 학기의 분주함속에서 “많이 힘들지요! 힘내세요!!”라며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신뢰의 눈빛을 보낼 때 보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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