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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1시50분 해남군청 3명의 직원들이 밤거리로 나선다. 모두가 잠든 자정 이후에 시내를 나서는 이들. 밤거리가 직장이 된지 10일째이다. 해남읍에서 대흥사까지 왕래하는 것이 이들의 밤거리 일과이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말은 매일 똑같다. “간판 불 좀 꺼주세요”
17일 밤 거의 대부분 상가의 불빛이 꺼진 가운데 일부 유흥, 단란주점의 간판만이 요란하게 빛나고 있다.
직원들이 불 켜진 유흥주점에 들어가 새벽 2시 이후 옥외간판 불을 꺼야 한다며 간판 불 좀 꺼주세요를 부탁한다.
“왜 꺼야해요” 부터 “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깜빡 잊었습니다” 등 업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정부의 에너지 위기경보 주의 발령에 따라 실시되고 있는 야간조명 제한조치가 해남에서도 지난 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은 오전 2시 이후 옥외간판의 조명을 꺼야 한다.
계도 및 단속 10일째, 많은 단속대상 업소들이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단속사실을 모르는 상가들이 많은 상황이다. 군청 직원들이 불 켜진 상가를 돌며 옥외조명을 소등해야 하며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설명에 업주들은 마지못해 간판의 불을 내린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저녁이 주 영업시간인데 간판 불을 꺼버리면 불 꺼진 업소에 누가 올
것이냐며 유흥업소들도 먹고는 살아야 될 것 아니냐며 푸념한다.
군청 단속공무원들은 업주들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국가시책이라 단속을 해야 하기에 난감하기만 하다.
새벽 2시 옥외간판 소등 대상업소는 해남읍내만 94곳, 단란주점 15곳, 유흥주점이 79곳이다. 해남군청 3명의 직원들은 새벽1시 50분 군청을 나서 해남읍내 유흥업소를 방문해 소등을 권유하고 마지막으로 대흥사 시설지구까지 갔다 오면 새벽3시, 그때서야 지친다리를 이끌고 퇴근한다.
군청 에너지자원계 직원들은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로 업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옥외간판 소등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청 에너지자원계 직원들은 “간판 불 좀 꺼 주세요”라는 말로 새벽을 맞는다.
박성기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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