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해남군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


보통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골칫덩어리, 문제아라고 생각되는 가족원이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이나 폭력이 있는 아빠거나 잔소리 많고 강박적인 엄마거나 동생을 못살게 굴거나 반항적인 형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그 사람만 변하면, 심지어는 없으면 우리 가족은 걱정 없이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는 폭력이나 학대, 방임이라면 문제를 가진 사람을 분리해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문제의 겉모습만 보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문제를 지니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아이도 문제아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생을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 힘이 없고 위축되어 있는 아이, 부모에게 욕하고 대드는 아이, 죽고 싶은 생각만 하는 아이, 즐거움도 열의도 없는 무기력한 아이, 때리고 돈 뺏는 아이,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 컴퓨터에만 빠져있는 아이,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힘들고 두려운 아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째서 이런 어려움들이 생길까요?
우리의 몸은 기능이 떨어지고 이상이 생기게 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감기를 예로 들자면 요즘 꽃샘추위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옵니다.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만나서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적으로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외부환경은 부모와 가족입니다.
부모는 어려서 자라왔던 경험을 토대로 자녀의 양육에 대한 신념이나 방식을 형성하고 그것에 따라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모와 가족이 어떤 방식과 형태로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심하게는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도 합니다.
저희 센터에 아이들의 문제로 상담을 의뢰해올 때는 반드시 부모나 주로 돌보는 가족이 같이 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문제를 가지는 아이는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 가족환경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됩니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을 받는 아이는 점점 무기력해져 능력이 떨어지고 형제들과 다투기만 하는 아이가 됩니다.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가족의 관심이 허술한 경우 성폭력피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부모의 부부갈등이 심하고 지속적인 경우 아이들은 여러 가지 정서불안 문제를 가지게 됩니다. 귀하게 자란 아이의 경우 지나친 과보호와 잔소리가 아이의 발달을 막고 의존적으로 만듭니다.
아이의 어려움이 어떤 요인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 생기게 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흐름을 알게 되면 부모는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잘 돕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나 어려움이 생기면 모든 부모는 나름의 진단을 내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여러 가지 애를 씁니다. 효과적인 방법도 있지만 문제를 더욱 악화 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어려움을 가진 아이를 야단치고 비난하고 때리는 것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사소하게 생각하는 감기라도 오래두면 큰 병이 됩니다. 아이들의 어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은 하나의 몸과 같습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증상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가족의 기능(적절한 보살핌, 친밀감나누기, 경제적 안정, 원활한 의사소통 등)에 어려움이 생기면 우리 아이들의 문제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 가족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돕기 위해 상담을 오는 부모와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며, 용기를 내신 것에 대해 격려합니다.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족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친밀감을 회복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함께 하면 힘도 덜 들고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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