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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호떡이 도로변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대흥사 방면인 해남읍 남송마을 도로변에서 만나는 호떡, 맛이 소문나면서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호떡집은 일명 길 호떡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창복(54)․경인숙(50)씨 부부가 운영하는 차량 호떡집은 이곳에서 장사한지 불과 4~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단골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호떡집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호떡의 겉은 바싹한데 속은 쫄깃하기 때문. 또 약간 짭조름하면서 간간이 호두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인근의 다른 호떡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맛이다.
주인 윤창복씨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개발해 낸 이 맛은 눅눅한 기름 맛도 떨떠름한 밀가루 맛도 나지 않는다. 대부분 호떡을 꾹 눌러서 굽지만 이 집은 도톰함을 유지하면서도 제대로 익혀 낸다. 이렇게 맛있는 호떡의 비법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찹쌀과 다량의 우유 배합이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귀띔한다. 매일같이 아침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는 윤 씨 부부. 비록 영업은 8시에 시작하지만 반죽과 밀가루 등을 준비하기 위해선 매일 새벽 4시부터 준비에 나선다.
보통 호떡은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많지만 윤 씨 부부는 따뜻한 봄이 되어도 이 일을 해야 한다.
윤 씨 부부는 해남 출신이 아니다. 고향이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라는 이들 부부는 호떡 하나로 연평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나자 어쩔 수 없이 섬을 나오게 됐다. 이때 세간은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말 그대로 달랑 젓가락 2개만 가지고 섬을 나왔다.
윤창복씨는 “연평도를 나오면서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며 “어떻게든 예전처럼 장사를 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섬을 나와 정처 없이 전국을 방황하던 중 우연히 땅끝 해남을 오게 됐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다시 호떡 장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이곳 지역민들의 인심도 좋고 살기도 편한 것 같아 죽을 때까지 해남에서 살 각오”라고 밝혔다.
연평도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는 윤 씨 부부는 인심 좋은 해남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김희중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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