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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줄 너의 빈자리 핏기 없는 하얀 국화만 덩그러니 너를 대신해 놓여 있다. 너의 환한 웃음 이제 어디서 볼까?
봄 햇살은 네가 학교에 오던 어제처럼 변함없이 교정에 내리쬐는데, 세상은 온통 빛을 잃어버린 것만 같구나. 꽃샘추위 이겨내고 매화는 저렇게 꽃봉오리 피워 올렸는데, 너는 어찌 그리 쉽게 지고 말았니.
체육시간 직전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이혜랑 양의 영결식이 가족을 비롯한 교사, 2학년 전체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24일 해남중 교정에서 열렸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밀려오는 회한으로 오열하다 지쳐버린 이 양의 어머니는 결국 쓰러져버렸다.
정문 옆에 차려진 빈소에서 가족과 교사, 급우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침묵만이 교정을 내리누른다. 도열한 학생들 속에서는 계속 흐느낌이 이어졌다.
이 양의 영정이 운동장을 지나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의 흐느낌은 오열로 바뀌었다. 빈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흰 국화와 영정, 너무도 일찍 떠나가는 친구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얼굴이 빨개지도록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아름다운 소녀 이혜랑 양, 이 양의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이 양의 부모가 집 근처 소나무에 수목장을 치르려고 했지만, 가까이 있으면 마음만 아플 뿐이라며 이 양의 큰아버지가 더 깨끗하고 좋은 곳에서 수목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한편 해남중학교 2학년 이혜랑양은 지난 21일 학교 체육수업 시작 전 친구들에게 어지럽다고 호소한 후 쓰러졌다. 쓰러진 이양은 해남지역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지를 받았지만 위독한 상태가 지속되자 전남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전남대학병원의 정밀진단결과 이 양은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뇌출혈로 밝혀졌으며 이미 의식불명인 상황에서 11시20분경 뇌사사망 진단이 내려졌다.
딸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픔을 가눌 수 없었던 부모는 너무나 숭고한 결정을 내렸다.
못 다 핀 꽃 딸이 다른 사람을 통해 새 생명으로 태어나도록 모든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든 것 다주고 피지 못한 꽃 한송이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다.
지난 24일 해남중학교 교정에선 고귀한 새 생명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간 혜랑양을 위한 노제가 거행됐다.
추모편지와 추도사, 헌화가 이어진 가운데 못다핀 꽃 한송이는 정들었던 교정, 교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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