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천이 숫제 토목공사 실험장이 되어 가고 있다.
해남군은 시내 한복판을 가르는 해남천을 생태하천으로 살려내 군민들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주는 정서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2007년 해남천 생태하천 공사를 시작했다.
1차 공사가 끝난 후 2009년에 다시 2차 공사가 시작됐다. 2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현 시점에서 유신교 50미터 구간 고수호안의 포장된 인도와 하상에 깔린 돌을 다시 걷어내고, 우수 집수 시설물 콘크리트를 뜯어내는 등 전면 보완공사에 들어갔다.
해남군청 담당자는 설계 잘못으로 인한 보완 공사라며 군비가 아닌 설계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공사비의 부담 문제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래 지속되는 공사로 인한 주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위민행정과는 거리가 멀다.
멀쩡한 하천을 100억여원을 들여 다시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군의 입장에 대해서도 군민들 사이에 많은 논란거리였다.
도심 속을 흐르는 하천이 심심산골의 산골짜기와 같을 수는 없다.
자칫 자연의 정화 기능에 맡겨두는 것은 방치와도 같아 더 많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간 세상을 파고들어 온갖 오물을 실어나르는 하천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하천 공사를 왜 거듭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군민들에게 정서적인 풍요함을 제공하겠다고 시작한 공사지만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남동 빨래터는 물이 말라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아낙네들의 도란거리는 얘기도, 빨래방망이질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됐다. 굴착기 삽날에 도심 속의 오랜 추억이 찢겨져 버린 것이다.
해남천은 건설업체의 토목공사 실험장이 아니다. 보다 치밀한 사전 환경 평가와 설계부터 시공까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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