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 건강한 농민을 기치로 내걸고 모금을 통해 95년 2월에 문을 연 해남농민약국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15주년을 맞이한 농민약국은 그간 약국 발전을 위해 애써온 사람들을 초대해 조촐한 행사로 대신할 예정이다.
그동안 농민약국은 연 20~30회에 달하는 농촌보건활동을 통해 농민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농민 권익을 위한 정책개발에도 노력해 왔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밝은 표정으로 내담자를 대하고 있는 김은숙 책임약사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진실 되고 따뜻한 그녀의 마음에 누구나 감화된다.
해남에 처음 농민약국을 개설했을 때엔 오해 때문에 웃지 못 할 일도 많았다. 농약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농민이 아니기 때문에 약을 사러가기가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전국에 9개의 농민약국이 개설되어 있는데, 그 출발은 나주이다. 9개의 농민약국이 공동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농민권익에 관한 자료집을 출간하며 농민 건강에 관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낸다.
98년에는 하우스병의 실상과 극복대안을 찾기 위해 한 달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2006년에는 산업재해보상법과 비슷한 농업노동재해 보장제도 마련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올 2월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의 3당 발의로 토론회를 거친 상태이다.
올해부터는 국민건강 차원에서 암사업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사망률 1위인 암에 대해 정보를 주기 위해 농민약국은 현재 암자료집을 만들어 배포 중이다. 격월로 발행되는‘건강한 농민’과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해남농민약국에는 2명의 약사가 있다. 3~4명은 있어야 약국의 운영이 순조로운데, 2명의 약사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더 확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여개의 대학에 약대가 있으며, 농민약국에서는 이중 8개의 약대를 대상으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원활한 약사 수급을 위한 방편이기도 한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리 교육을 시키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약대를 졸업한 약사들은 시골로 내려온다는 두려움과 문화적 소외감이 농민약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라고 한다.
김은숙 책임약사는 설 쇠고 농민들이 약국을 일부러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가더라며, 할머니 한 분은 굳이 사양하는 복돈을 마음으로 주는 것이라며 쥐어주고 가더란다. 농촌보건활동을 나가면 무슨 음식이라도 꼭 주려고 하는데, 설문조사 때 논두렁에서 막걸리 만 함께 마셔도 기분 좋아 한다고 전했다.
김 약사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며 농민을 지켜내는 것은 곧 우리 사회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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