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품 만든다는건 행복
물레를 돌리며 흙과 대화


산이면하면 떠오르는 것은 붉은 황토밭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색을 닮아 지사도예에는 유독 붉은 계열의 분청이 많다.
산이면 지사리에서 지사도예를 운영하고 있는 김호일(38)씨는 젊은 도공이다. 작업실 선반에는 그가 빚어낸 생활도자기인 분청사기가 진열돼 있다.
김 씨는 분청사기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가 주는 정제되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다정한 형처럼, 때로는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누나처럼 인정스럽기만 하단다. 청자와 백자를 빚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와 달리 화장토를 이용해 철화, 음각, 덤벙, 귀얄(붓터치), 상감, 인화(꽃도장) 등의 다양한 표현기법을 가미할 수 있어 접근이 훨씬 쉽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자기를 빚을 때면 온갖 잡념도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한다.
도자기를 빚을 때면 인생도 도자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김씨는 흙을 떼어 물레의 중앙에 올리고 손에 적당히 물을 바른 다음 물레를 돌린다. 김 씨는 물레질은 중심잡기가 중요하단다.
축을 중심으로 동그란 그릇이 빚어지기 때문에 중심이 흐트러지면 그릇은 아예 기대하기도 힘들어진다. 인생 또한 도자기가 완성돼 가는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그냥 보면 무표정한 흙이지만 김 씨는 물레에서 돌아가는 흙과 손끝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오직 흙에게만 집중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흙은 어느덧 그릇으로 완성돼 방그레 웃음을 보내준다.
흔히 도공들은 흙을 중요시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흙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빚고 싶기 때문이다. 김 씨는 흙을 구입해서 쓰고 있는데, 산이면 일대에서 나는 흙을 채취해 섞어서 쓰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우선 2년 정도의 공백을 극복하고 도자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말한다. 오밀조밀 전시된 그의 작품들처럼 그의 삶도 오밀조밀할 것만 같다.
김 씨는 유년시절 부친을 따라 부산에서 생활했다. 부산의 디자인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도자기와 접하게 됐다.
이후 목포장애인요양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도자기를 빚게 되었으며 도자기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도자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마침 고향인 현산면 지사리가 생각이 났다. 인근의 진산리에는 녹청자 도요지도 있어 여러모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2년의 공백기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배우러 왔다며, 이제부터 다시 작업실을 개방하고 배우러 오는 사람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농사를 겸하고 있지만 배우러 오는 사람 모두에게 작업실을 개방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림 속에는 자신의 모습이 들어있다는 말처럼 김 씨의 작품 속에도 소탈한 그의 모습이 들어있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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