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천을 두 번 걸었다. 담당공무원이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개선될 문제들이 도처에 놓여있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은 주민들에게 정서적 풍요를 안겨주기에 모든 지자체들이 도심의 하천에 많은 신경을 쓴다. 해남군도 주민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거액의 돈을 들여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 한번 나가보라. 각 가정과 연결된 오‧폐수시설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내리는 더러운 물을 보며 걸어야 하는 게 해남천이다. 해남군이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우린 도심속 하천을 걷는 희망을 가졌다. 유모차를 끌고 자전거를 타며, 그리고 유유자적 걷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해남천은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개선할 점이 많다.
군민들은 100억원을 들여 해남천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작지만 알찬 공사, 깨끗한 해남천을 원한 것이다.
행정은 주민을 감동시키는 행위이다. 감동은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해남천의 모습은 해남군이 얼마나 작은 것에 무관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쑥불쑥 나와있는 크고 작은 관로들, 노출돼 있는 폐수관로와 오염물들, 대충 처리된 하천 벽면, 담당공무원들은 이곳을 한번 걸어봤을까.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 군민들은 너무도 절실히 느끼는데 말이다. 특히 해남천의 오폐수 관로처리 문제는 물리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도 군은 방치했다는 것이다.
해남천에서 또 느끼는 게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해남천은 당신들의 천국일 수밖에 없다. 유모차를 끌고올 엄마들에게도, 노인들에게도 해남천은 그림의 떡이다. 인도에서 해남천으로 내려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군수를 비롯한 행정 담당자에게 걷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해남천도 걸어보고 시내도 걸어보면 무엇이 불편한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현재 해남의 인도는 인도로써 적합하지 않다. 걷기 불편한 도로, 약자의 배려가 없는 인도가 대부분이다.
군에서 추진하는 커다란 사업은 이성으로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작은 배려의 행정은 군민들의 마음을 산다. 마음을 산다는 것은 믿음과 신뢰로 이어진다.
선진행정일수록 도로 하나, 승강장 하나를 놓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디자인한다. 공사 중심으로 일을 추진할 경우 감동의 행정은 요원해 진다. 그동안 해남군의 각종 공사가 어떻게 추진됐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짚지 않는다면 해남천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된다.
쾌적한 환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정서는 다르다는 사실은 숱한 연구결과에서도 나온다. 도심을 관통하는 해남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해남군민들에겐 축복이다.
물고기가 뛰어놀고 아이들이 헤엄치는 해남천을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해남천을 걸으면서 작은 행복을 맛보는 것이다.
박철환 군수님, 담당 공무원님들 지금이라도 한 번 해남천을 걸어보세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못했는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 그랬는지 직접 판단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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